이재명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부실채권 처리 기구인 ‘배드뱅크’가 SPC(특수목적회사) 형태로 이달 설립된다. 배드뱅크는 올해 10월부터 장기 연체채권 매입을 개시할 예정인데, 은행 등 금융사의 차등 출자 규모, 채권 매입 가격 산정 등의 과제는 산적한 상태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지난 1일 이사회를 열고 장기 연체채권 소각 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SPC 설립 및 자본금 출자 안건을 의결했다.
SPC는 채권 매각을 위해 세워진 일종의 페이퍼컴퍼니다.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 시절 공동 은행장을 맡아 운영했던 ‘주빌리은행’과 가장 유사한 형태인 ‘비영리법인’ 설립 등도 검토됐으나, SPC로 최종 결정됐다. SPC는 공공과 은행 등 민간의 책임 분산이 자유롭다는 것이 장점이다.
다만 이해관계 조율에 시간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캠코는 업권별 협회를 모아 재원 분담 비율 등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이나, 협상은 난항을 겪고 있다. 배드뱅크에 필요한 재원 8000억원 중 4000억원을 금융권에서 조달한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인데, 4000억원을 ‘누가, 얼마만큼 나눠 내느냐’를 두고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금융사 중 이익 규모가 가장 큰 은행이 4000억원 중 90%인 3500억~3600억원을 분담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관건은 나머지 400억~500억원을 업권별로 어떻게 나눌지다. 대상 업권은 보험, 여신전문금융회사, 저축은행, 상호금융사 등이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는 채무 탕감과 연관이 없다는 이유로 제외됐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9월 초까지는 분담 협상을 완료한 후 채권 매입 협약을 맺을 것”이라고 했다.
채권 매입가율을 둘러싼 입장 차도 첨예하다. 장기 연체채권을 파는 금융회사는 채권을 높은 값을 매겨 팔고 싶고, 사들이는 정부 입장에선 가격을 낮춰 소요 예산을 줄이려 하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은 채권 매입가율을 5%로 산정해 예산을 짰다. 예컨대 채권 가액이 100만원이면 이를 5만원에 사들이겠다는 것이다.
대부업계는 매입가율이 너무 낮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체채권을 채권 가액의 25%에 사 오는데, 이를 5%에 파는 것은 손해라는 것이다. 금융 당국은 대부업계의 저항을 낮추기 위한 인센티브 방안을 모색 중이다. 주로 저축은행이나 캐피털사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대부업체에 은행 대출을 주선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