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미국과의 무역협상 중 약속한 3500억달러 규모의 투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특수은행채(특은채) 발행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특은채는 KDB산업은행, IBK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 정부 또는 준정부기관의 성격을 가진 은행들이 발행하는 채권을 말한다.
이승재 iM증권 연구원은 ‘한미협상 3,500억달러 투자의 재원 조달에 관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앞서 정부는 3500억달러 규모의 대(對)미국 투자는 ‘캐피탈 콜(출자금 일시 납입이 아닌 약정 한도 내에서 요구가 있을 때마다 출자)’ 형식이 주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직접 투자는 제한적이고 대부분 수출입은행과 한국무역보험공사의 대출·보증 형식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언급한 것처럼 ‘미국이 소유하고 통제하는 식’이라면 단순 보증이 아닌 출자를 위한 투자 펀드를 조성할 가능성이 크다고 이 연구원은 설명했다. 특은채 발행이 많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2020년 ‘기간산업안정기금’, 2024년 ‘공급망안정화기금’ 등이 만들어졌을 때도 채권시장에 단기적으로 공급 우려가 불거지면서 스프레드(채권 수익률 차이) 확대 압력으로 작용했다. 그나마 기금 규모에 비해 채권 발행이 제한적이어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았다.
문제는 이번엔 미국 투자 기금 조성뿐만 아니라 기업 대출도 지속해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수출입은행채를 중심으로 발행 압력이 커질 수 있다. 또 3500억달러를 5년에 걸쳐 투자한다고 가정하면, 1년에 700억달러(약 96조원) 수준이다. 무역보험공사의 올해 지원 총액 252조원의 38%에 달하는 규모다.
이 연구원은 “특은채 발행 증가는 크레딧 시장에 공급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도 “은행과 운용사를 중심으로 특은채 수요가 강해 공급 부담을 일부 상쇄할 수 있을 전망이다”라고 했다. 이어 “3500억달러 투자 규모가 ‘한도’의 개념일 수 있다는 점에서 구체적 내용이 나올 한미 정상회담을 주시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