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상장사의 배당을 늘리고 증시 활력을 높이기 위해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도입하기로 했지만, 실제로 분리과세 혜택을 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분리과세가 적용되는 고배당주가 될 조건이 시장에서 기대해 온 것보다 훨씬 까다롭게 설계됐기 때문이다. 배당소득에 낮은 세율이 적용될 것을 기대하던 투자자들은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증시에서 배당 기대로 오르던 지주사, 은행, 증권 업종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일러스트=챗GPT 달리3

이재명 대통령이 ‘코스피 5000시대 개막’을 공언하고,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상법 개정 등을 밀어붙여온 기류와는 배치되는 흐름이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해당 기업 기준이 시장의 기대에 훨씬 못미치는 수준으로 책정된 것은 민주당 강경파 그룹에서 ‘부자 감세’라는 프레임을 부각시킨데다, 감세 종목 신설을 극도로 기피하는 기획재정부 세제실의 물밑 조정의 결과물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그래픽=이진영

경위야 어떻든 정부 세제 개편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고배당 기업에 투자해 얻은 배당소득은 6~45%의 소득세 기본 세율로 과세하는 종전 과세 대상에서 제외돼 14~35% 저율로 분리과세된다. 배당·이자 등 금융소득이 연 2000만원 이하인 투자자는 종전대로 14% 저율 과세하고, 2000만원 초과 3억원 이하 투자자는 20%, 3억원 초과 투자자는 35%의 세율이 적용된다. 당초 시장에선 최고 세율이 민주당 의원 입법안에서 제시한 27.5% 수준이 될 것으로 기대해왔었다.

분리과세를 적용해 주는 대상 기업 조건도 까다롭게 설계됐다. 배당성향이 40% 이상이거나, 배당성향이 25% 이상이면서 직전 3년 평균보다 5% 이상 현금 배당이 늘어난 기업만 분리과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그래픽=손민균

이 조건에 해당하는 고배당 기업은 많지 않다. 기획재정부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대상이 되는 상장사가 350여 곳일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상장사의 13% 수준이다.

특히 둘째 기준인 고배당 기업이 되는 관문을 통과하기란 ‘낙타가 바늘 구멍 통과하기’ 수준이 될 수도 있다. 지난해 기준 배당 성향 25% 이상 40% 미만 상장사는 총 234곳이다. 이 가운데 3년 전 배당과 비교할 수 있는 199사를 분석하면 현재 기준으로 2022년보다 5% 이상 배당을 늘린 상장사는 87사에 불과하다.

국민주 삼성전자를 예로 들어보면, 삼성전자의 배당 성향은 28%로 ‘배당 성향 25% 이상’에는 해당하지만 ‘직전 3년 평균보다 5% 이상 배당이 늘어난 기업’ 조건을 충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 조건에 부합하려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9조8000억원이던 총배당금을 올해 10조3000억원으로 5% 이상 늘려야 한다.

최근 3년 동안 배당을 꾸준히 늘려온 기업이라면 오히려 고배당 기업이 되기 어려울 수 있다. 전년 대비 배당이 줄지 않으면서 3년 평균치보다 5% 이상 배당을 늘려야 분리과세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대표적 고배당주로 꼽히는 우리금융지주는, 총배당금액이 2022년 8227억원, 2023년 7473억원, 2024년 8910억원이었다. 2023년 배당금이 줄었던 터라, 지난 3년 치 배당 평균액(8203억원)이 2024년의 배당보다 적다. 분리과세 대상 기업이 되려면 이례적으로 배당액이 컸던 작년 수준보다 많은 배당액을 책정해야 한다.

상장사로서는 이익이 감소해 배당을 하기 힘든 상황이더라도, 배당소득 분리과세 대상에 포함되려면 배당을 늘리는 선택을 강요당할 수 있다. 김종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기대와 달리 적용 요건이 까다롭고 일부 구간 세율도 높이 설정됐다”며 “정책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신영증권은 지난 1일 정부 기준을 토대로 배당소득 분리과세 수혜 종목을 기업을 선별, 추천했다. 배당성향 40% 이상으로 작년 대비 배당을 늘려 수혜 종목이 될 기업으로는 KT&G, SK텔레콤, HD현대마린솔루션, 한미반도체, LG씨엔에스 등을 추천했다. 배당성향 25% 이상으로 배당 증가율 5% 이상 증가 조건을 충족해 수혜 종목이 될 기업으로는 현대차, 삼성화재, HD현대 일렉트릭, KT&G, HD현대마린솔루션 등이 각각 추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