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기술력이 우수한 중소·벤처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기술금융’ 공급이 축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 소매업에도 무분별하게 기술신용대출이 나가자, 금융 당국이 지난해 7월부터 심사를 강화한 영향이다. 주요 4대 은행의 기술신용대출 규모는 1년 새 10% 넘게 줄었다. 금융 당국은 새 정부의 정책 기조인 생산적 금융에 발맞추기 위해 기술금융 활성화를 위한 보완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 당국은 기술금융 추이 및 관련 제도, 규제 등을 점검 중이다.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을 위한 혁신 과제 선정 작업의 일환이다. 금융 당국은 비생산적 부문에 집중된 금융권 자금을 기업과 혁신산업으로 돌리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주요 과제 및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지난해 제도 개선 이후 기술금융이 취지대로 잘 실행되고 있는지 살피며, 보완이 필요한 사항을 광범위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기술금융은 2014년 혁신·중소기업 자금 공급을 목적으로 도입한 것으로, 기술신용대출이 대표적인 상품이다. 금융 당국은 은행들이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 기술력과 무관한 중소기업, 소상공인에도 기술신용대출을 내준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제도를 개선했다. 은행 본점에서 지점에 기술신용평가자를 임의 배정하게 해 지점이 평가사에 대해 영향력을 갖지 못하도록 하고, 비기술 기업에는 기술대출을 승인하지 않도록 한 것이 주요 내용이다.

서울 시내에 설치된 시중은행 ATM 기기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뉴스1

제도 개선 여파에 기술신용대출은 감소하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지난 6월 말 기준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135조원으로, 이는 지난해 6월 말(152조원)과 비교해 17조원 줄었다. 같은 기간 4대 은행이 누적 집행한 기술신용대출 건수도 33만건에서 27만건가량으로 줄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평가 기준이 강화되면서 대출 규모가 줄긴 했으나, 질적 제고가 이뤄지는 과정이다”라고 했다.

‘비정상의 정상화’가 이뤄지는 중이지만, 정부가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특단의 공급 강화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금융기관이) 손쉬운 주택담보대출 같은 이자놀이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투자 확대에도 신경 써주시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곧바로 금융권 협회장들을 소집해 간담회를 열고 “정부는 금융회사가 생산적 투자에 책임감 있게 적극적으로 나서는 데 장애가 되는 법, 제도, 규제, 회계와 감독관행 등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 과감하게 바꾸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