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8월 1일 06시 00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7월 한 달 동안 공모 절차에 돌입한 예비 상장사가 단 한 곳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 투자자의 의무보유확약(락업) 비중을 대폭 늘린 새 수요예측 제도가 지난달 1일부터 적용되면서, 기업들이 규제의 첫 적용 사례가 되는 걸 피하기 위해 관망에 들어간 모습이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상장 추진 기업은 ‘0곳’이었다. 6월 한달 간 대한조선, 지투지바이오, 제이피아이헬스케어 등 9개사가 공모 절차에 돌입한 것과 대조된다. 대한조선의 경우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하자 마자 하루 만에 초고속으로 증권신고서를 내며 주목 받은 바 있다.
상장 절차는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한 뒤, 승인을 얻어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내는 순으로 이뤄진다. 증권신고서는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과 공모가 확정,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 청약에 앞서 투자자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첫 통로다.
기업들이 한국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 승인을 받았음에도 증권신고서 제출을 미루는 배경에는 이달부터 시행된 개정 수요예측 제도가 자리한다. 기관 투자자, 상장 주관사를 대상으로 한 의무 보유 규제 강화가 지난달 시행돼, 7월 1일 이후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는 기업부터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개정 수요예측 제도는 기관 투자자들에게 배정된 공모 물량 중 40% 이상(올해 한시적으로 30%)을 자발적 락업을 거는 기업에 우선 배정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락업 물량이 기준에 미달할 시에는 상장 주관사가 공모 물량의 1%(상한 30억원)를 떠안아 6개월 이상 보유해야 한다는 조건도 붙었다.
이번 개정 수요예측 제도는 상장 당일 공모주를 대량 매도해 단기 차익만 노리는 기관 투자자들의 매매 관행을 개선하려는 의도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상장 주관을 맡은 증권사 입장에선 공모주 인수에 대한 부담이 클 수밖에 없고, 예비 상장사 또한 락업 비중에 맞춰 공모가를 하향 조정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쉽다. 즉, 새로운 수요예측 제도가 기업들의 상장 전략 전반을 흔드는 중요한 변수가 된 것이다.
상장 주관사 가운데서는 특히 키움증권이 이번 개정 제도의 부작용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키움증권은 올해 도우인시스 1건을 상장시켰는데, 기관 투자자들의 수요예측 락업 비율이 2.7%로 낮은 편이었다. 충분한 락업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키움증권이 인수 물량을 대거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IPO 시장은 공백기에 들어섰다. 개정 제도가 시행되기 직전인 6월 말까지 증권신고서가 쏟아져나온 것과 대조된다. 지난 6월 24일 상장예비심사 승인 결론을 받은 자동차 부품사 한라캐스트와 데이터분석 기업 에스투더블유(S2W) 모두 6월에 증권신고서를 냈다.
반대로 지난달 상장예비심사 승인을 받은 기업들은 일제히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달 8일 상장예비심사 승인을 받은 큐리오시스는 3주 넘게 증권신고서를 내지 않고 있다. 이익 미실현 기술특례 상장을 추진하는 탓에 기관 투자자 락업 물량이 적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상장예비심사 승인의 효력은 6개월로 그 기간 내 상장을 마치면 되는 만큼, 큐리오시스는 증권신고서 제출 시점을 이달 중순 이후로 미룬 것으로 안다”며 “신고서 제출을 미루면 2분기 실적까지 반영해야 해 번거롭고 불확실성이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새 제도 적용 1호’만큼은 다들 피하려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선 IPO 시장 참여자들의 관망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큐리오시스에 이어 지난달 29일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노타도 수요예측 흥행이 쉽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서다. 지난해 매출은 84억원으로 100억원에도 못 미쳤지만, 당기순손실은 249억원에 달했다.
그래도 국내 증시가 활황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은 IPO 시장에 긍정적인 요소다. 전반적인 투자심리 개선 덕분에 상장 기업들이 더욱 높은 몸값을 기대할 수 있게 됐고, 이는 예비 상장사들을 독려하는 효과를 가질 수 있다. 지난달 유가증권·코스닥시장에 상장한 7개 기업(스팩·리츠 제외)의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주가 상승률은 평균 50.6%로 집계됐다.
증권사에서 IPO를 담당하는 한 임원은 “미래 실적으로 몸값을 매기는 기술특례상장이 아닌 일반 상장사, 그중에도 대형 증권사가 상장 주관을 맡은 곳이 (제도 개정 이후) 첫 포문을 열 가능성이 크다”면서 “바뀐 제도하에서 한두 건의 상장이 진행돼야, 그때부터 예비 상장사의 공모 절차 돌입이 본격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