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가가 지난 7월 한 달 동안에만 19% 넘게 올라, 약 5년 만에 월간 상승률 최고치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 칩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에서 밀리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어왔으나, 반등을 기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사자’에 나서면서 주가를 끌어 올렸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식은 전날 7만1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가 지난 6월 말 5만9800원보다 19.4%(1만1600원) 올랐다. 삼성전자의 올해 7월 월간 주가 상승률은 2020년 12월 이후 가장 높다. 당시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주춤했던 삼성전자 주가는 6만6700원에서 8만1000원으로 21.4%(1만4300원) 뛰었다.

일러스트=챗GPT 달리

최근 20년으로 시계열을 넓혀봐도 삼성전자의 지난 7월 주가 상승률은 7번째로 높다. 이 기간 월간 주가 상승률 최고치는 2009년 7월로 당시 주가가 22.3% 뛰었다. 2015년 10월에도 삼성전자의 월간 주가 상승률은 20%를 웃돌았는데, 중국과 유럽 경기 우려로 흔들렸다가 반등했다.

과거와 비교할 때 삼성전자의 올해 주가 흐름은 차이가 있다. 앞서 삼성전자 주가가 월간 20% 안팎 올랐을 때는 닷컴 버블 붕괴, 글로벌 금융 위기, 코로나19 사태 등 대형 외부 악재로 주가가 하락했다가 반등하는 과정이었다. 이번엔 삼성전자가 HBM을 비롯한 주요 시장 경쟁에서 뒤처진 내부 역량 문제가 위기의 주된 원인이었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4~6월)에도 영업이익 4조6761억원을 기록, 지난해 동기보다 55.23% 줄었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 부문 영업이익은 4000억원으로 2023년 4분기 이후 최저치였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 주가를 밀어 올린 것은 외국인이었다. 외국인은 지난 6월부터 월간 기준 삼성전 주식 매수 우위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이달 들어서만 3조485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외국인이 ‘사자’에 나선 배경으로 크게 3가지가 꼽힌다. 먼저 미국 엔비디아가 중국에 저사양 AI칩을 다시 중국에 수출할 길이 열렸다. H20은 최신 제품인 5세대 HBM(HBM3E)이 아니라 4세대 HBM(HBM3)이 탑재된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에 H20용 HBM3를 공급해 왔다.

분기마다 조(兆) 단위 적자를 내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이 미국 테슬라라는 주요 고객을 확보한 것도 호재였다. 삼성전자는 테슬라와 삼성전자는 테슬라와 22조7647억원 규모의 파운드리 공급 계약을 맺었다. 계약 기간은 2033년 12월 말까지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계약 규모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또 총 1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위한 3차 매수에 돌입했다. 삼성전자는 오는 10월 8일까지 보통주 총 3조5010억원어치(566만8092주)를 사들일 계획이다. 보통 자사주 매입은 주가 하방을 받쳐주는 역할을 한다.

삼성전자 주가가 반등하면서 개인 투자자들도 속속 평가 이익 구간에 진입하고 있다.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한 NH투자증권 고객 69만7539명의 평균 매수 단가는 지난 29일 기준 6만9514원으로 같은 날 종가 기준 평가 이익률이 3.2%를 기록했다. 수익 투자자 비율(54.05%)이 손실 투자자 비율(45.95%)을 웃돌았다.

관건은 삼성전자 주가가 앞으로도 우상향 곡선을 이어갈 수 있을 지다. 삼성전자가 최근 20년 동안 월간 주가 상승률 10% 이상을 기록한 것은 26번인데, 이 가운데 17번(65.4%)은 그다음 달에도 주가가 오름세를 보였다.

증권사들은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반도체 품목 관세 내용과 삼성전자의 HBM3E 12단 제품이 엔비디아 납품에 성공할지 등이 주가 흐름을 가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 세계 35개 기관이 제시한 삼성전자 목표주가 평균은 7만5800원으로 현재 주가 대비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 국내 증권사의 평균 목표주가는 7만7400원으로 더 우호적이다. 반면에 JP모건과 모건스탠리 등은 7만원대 초반으로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전망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