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홍콩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중학개미)들이 최근 ‘라오푸골드’를 집중 매수하고 있다. 중국 주얼리 시장에서 ‘황금계 에르메스’로 불리는 라오푸골드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221% 급등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이달(1~30일·결제일 기준) 라오푸골드 주식을 2409만달러(약 335억원) 규모로 순매수했다. 중국·홍콩 주식 순매수액 1위로, 대표 중화권 주식으로 꼽히는 알리바바를 2283달러(약 317억원·순매수 2위) 사들인 것보다 순매수 금액이 많다. 라오푸골드는 전체 해외시장 순매수 상위 종목에도 42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6월 홍콩 증시에 상장한 라오푸골드는 고품질·고가 전략의 금 장신구 세공업체다. 장인이 제품 하나에 600시간 이상의 시간을 들여 제작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탔는데, 2009년 베이징에 첫 매장을 열었다.
라오푸골드의 주가는 올해 들어 220%, 공모가 대비로는 1810%(40.5→773.5홍콩달러) 폭등했다. 이러한 주가 급등세는 최근 중국 내 떠오르는 ‘신소비 경제’와 관련이 있다. 라오푸골드를 포함해 ‘라부부’ 인형 돌풍을 일으킨 팝마트, 중국 토종 화장품 브랜드 마오거핑 등 소비재 기업들은 중국 젊은 층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며 내수 부진 상황에서도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라오푸골드는 2023년과 지난해 매출이 각각 전년 대비 145.7%, 167.5%씩 증가했다.
여기에 안전자산 수요가 커지며 금값이 오른 점도 라오푸골드의 주가 상승에 영향을 줬다. 미국 금속선물거래소(COMEX)에 따르면 금 선물 가격은 올해 들어 전날까지 26% 상승했다. 지난 22일에는 3501.8달러까지 오르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라오푸골드는 다른 중저가 금 주얼리 브랜드와 다르게 고정 가격으로 판매가를 책정해 상대적으로 투자 매력이 더 높다는 평가다. 송예지 하나증권 연구원은 “올해 매출은 전년 대비 145% 이상의 고성장세가 전망되고, 높은 밸류에이션(주가수익비율(P/E)의 38배) 부담은 가파른 순이익 성장으로 내년에 27배 수준으로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초 1000홍콩달러를 넘겼던 라오푸골드의 주가는 전날 773.5홍콩달러로 내려오며 상승세가 주춤해진 모습이지만, 올해 10월 중국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승인하면 반등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박수현 KB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중국이 고용 문제를 해결하고자 2023년과 유사하게 10월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에서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승인할 가능성이 있다”며 “추경으로 소비, 부동산 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완화되면 전반적인 증시 상승과 더불어 장기 성장 매력이 부각되는 신소비주에 매수세가 집중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