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감사보고서에서 의견 거절을 받았던 금양이 올해 적정 의견을 받더라도 다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를 받아야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가 올해 초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에 대한 상장폐지 기준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당초는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다가 적정을 받으면 바로 거래정지가 해제됐다.

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한 ‘인터배터리 2025’ 금양부스를 찾은 관람객이 배터리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9일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 시행세칙이 개정됨에 따라, 금양이 적정 의견의 감사보고서를 다시 제출해도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에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는 감사의견 미달을 받아 상장폐지 대상이 되더라도, 그 다음해 감사의견 적정을 받아 해당 사유를 해소하면 곧바로 주식 거래가 재개됐다.

그런데 거래소가 감사의견 변경 자체를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로 세칙을 개정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감사의견 미달을 받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가 다음연도 감사보고서에서 감사의견 적정을 받더라도, 예전과는 달리 곧바로 주식 거래가 재개되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감사의견 변경으로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해 거래소 심의를 거친 다음, 필요하다고 판단될 시에는 실질심사까지 받게 된다.

거래소 측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일부 기업이 상장폐지를 피하기 위해 일부러 재무 정보를 누락하는 방식으로 의도적으로 감사의견 미달을 받는 사례가 있었다”며 “한계기업을 조속히 퇴출하기 위해 상장폐지 기준을 강화했다”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자본잠식은 형식적 상장폐지 요건에 해당돼 개선 기간 없이 곧바로 상장폐지된다. 거래소에 따르면 즉시 상장폐지되는 사태를 피하기 위해 일부러 감사의견 미달을 받도록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유가증권시장 규정에선 감사의견 미달을 받아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할 경우 기업이 이의신청하면 약 1년의 개선기간이 부여되는 것을 악용한 것이다.

거래소는 “감사의견 미달을 받은 경우 재무나 경영 투명성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주식 거래를 재개하기 전 상장 적격성을 다시 심사하도록 검증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회계연도 재무제표에 대해 감사의견 미달을 받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는 모두 개정된 규정을 적용받을 전망이다. 한때 시가총액 10조원을 넘보던 금양이 대표적이다.

금양은 지난 3월, 지난해 재무제표에 대해 외부 감사인으로부터 ‘의견 거절’을 받아 주식 매매 거래가 정지됐다. 당시 금양의 감사인인 한울회계법인은 “계속기업으로서 그 존속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제기할 만한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금양의 매출액은 1345억원으로 전년 대비 1%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은 658억원에서 1329억원으로 적자 폭이 커졌다. 금양은 여러 차례 공시를 번복해 관리종목에 지정되기도 했다. 거래소 안팎에서는 금양이 내놓은 자금 조달 계획에 대한 의구심이 커 실질심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금양은 40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유상증자로 새로 발행되는 주식은 모두 사우디아라비아 기업 ‘스카이브 트레이딩&인베스트먼트’에 배정되는데, 대금 납입일은 다음달 2일이다. 신주 발행가액은 1만5000원으로, 금양의 마지막 주가인 9900원보다 51.5%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