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기존 파생상품 시장조성자와의 계약이 해지될 때만 시장조성자를 새로 배정했던 운영지침을 바꿔 일시적으로 중단될 때도 즉시 시장조성자를 재배정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유동성 공백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거래소는 이달 파생상품 시장조성자 선정 기준을 구체화한 데 이어 중단 근거에 대한 지침도 새로 만들었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거래소는 이달 22일 ‘주식·주가지수 파생상품 시장조성 운영지침’과 ‘금리·통화·일반파생상품 시장조성 운영지침’을 일부 개정한 후 23일부터 시행했다. 시장조성자는 거래소가 지정한 증권사들이 거래가 부진한 상품·종목에 대해 매도·매수 호가를 내며 매매가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돕는 제도다.
구체적으로는 두 운영지침상 시장조성계약 해지의 경우 ‘거래소는 계약의 전부나 일부를 해지하기 전에 시장 관리상 시장조성 호가 제출을 중단해야할 경우, 일정 기간을 정해 시장조성 호가 제출을 중단시킬 수 있다’는 문장이 신설됐다. 또 주식·주가지수 파생상품의 경우 재배정 조건에 있어 계약 해지뿐만 아니라 계약 중단 상황도 추가됐다.
지금까지는 시장조성자 계약이 해지되면 해당 상품은 한동안 시장조성 없이 방치되는 경우가 많았다. 매수·매도 호가가 그만큼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그런데 지침이 개정되면서 계약 중단 시점부터 바로 새로운 시장조성자를 재배정할 수 있게 됐다.
거래소는 신속한 유동성 공급 재개를 통해 투자자 거래 편의성과 시장 안정성을 강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시장조성자와의) 계약서에서만 다루던 내용이었지만, 이번에 지침으로 명확히 기준을 세워 향후 역량 있는 시장조성자를 선정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지난 9일 주식·주가지수 파생상품에 대한 신규 시장조성자 선정 기준에 대한 세부 평가 항목 및 점수 산정 방식을 체계화하기도 했다. 모집 공고일 직전 2년간을 계량평가 대상 기간으로 정해 거래 및 시장조성 실적, 참여 인력 규모·전문성 등으로 나눠 점수를 매기는 방식이다.
지난 6월부터 증권사 파생상품 시장조성자에 적용됐던 공매도 제한 조치가 해제되며 불공정거래 우려와 시장조성자에 대한 실효성 문제가 다시 제기되자, 거래소가 시장조성자 선정의 객관성 및 관리 체계를 강화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기준 758개의 관련 파생상품에 대해 DB증권(51개), 메리츠증권(46개), 한국투자증권(45개), KB·한화투자증권(44개) 등 20곳의 증권사가 시장조성자 역할을 맡고 있다.
다만 별다른 유인책이 없는 상황에 기준만 강화돼 시장조성자를 하려는 증권사들의 참여가 위축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에 대해 거래소 관계자는 “시장조성 상품 재배정은 해당 상품의 유동성과 거래 현황, 계약과 시장조성자들의 현장 의견 등을 두루 종합적으로 고려해 진행하고 있다”며 “추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안건이 생기면 다시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