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7월 24일 15시 48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조선 기자재 전문기업 에스엔시스가 조선업 호황을 타고 올해 코스닥시장 최대 규모로 공모 도전에 나섰다. 희망 공모가 범위 상단 기준 570억원 모집을 목표했다. 올해 코스닥시장 신규 상장 기업 가운데 공모 금액 최대 규모였던 오름테라퓨틱(500억원)을 뛰어넘는다.
상장 후 몸값으로는 2800억원을 제시했다. 시가총액 8조원의 코스피 상장사 HD현대마린솔루션을 비교기업으로 선정하며 몸값을 키웠다. 그나마 법인세 환급세액을 뺀 조정 순이익을 몸값 산정 기초로 썼지만, 시장에선 지나친 밸류에이션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에스엔시스는 오는 28일 기관 투자자 수요예측을 시작으로 코스닥시장 상장 공모 절차에 본격 돌입한다. 지난 6월 19일 한국거래소로부터 상장예비심사 심사 승인을 획득해 같은 달 22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이후 두 차례 정정을 거쳤다.
계획대로라면 내달 중 코스닥시장에 입성한다. 1일까지 수요예측을 진행해 공모가를 확정하고, 이후 7일부터 8일까지 2거래일간 일반 투자자 청약을 예정했다. 공모 물량은 190만주(구주매출 10만5000주), 희망 공모가 범위는 2만7000원에서 3만원으로 책정됐다.
에스엔시스는 선박 전기제어장치를 생산하는 삼성중공업의 기전사업부가 전신으로 2017년 6월 독립했다. 2016년 최악의 수주 가뭄을 겪은 삼성중공업이 조선업 불황 장기화 속 사업 정리를 택해서다. 당시 기전팀장이었던 배재혁 상무가 직원들과 함께 사업부를 인수했다.
회사는 독자생존 8년 차인 올해를 상장 최적기로 판단했다. 해양 생태계 보호를 위해 2017년 체결된 국제협약에 따라 평형수 처리장치 설치가 의무화됐고, 2021년부터 시작한 신조선 발주량 증가와 신조선가 상승이란 조선업 슈퍼사이클을 타고 실적이 크게 개선돼서다.
실제 에스엔시스의 지난해 매출은 1381억원으로 분사 첫해인 2017년 198억원과 비교해 7배 가까이로 늘었다. 선박 제어 시스템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한 것도 실적 개선에 주효했다. 특히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9억원에서 154억원으로 17배 넘는 수준으로 증가했다.
조선업 슈퍼사이클 속 조선주 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상장 적기의 이유가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리나라 조선업계와 협력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면서 실적 기대감이 상승, 삼성중공업의 주가수익비율(PER)이 110배를 넘어섰다.
회사는 흥행 성공을 자신하는 분위기다. 올해 1분기 기준 과거 12개월 당기순이익 224억원에 법인세 경정청구 환급세액을 제외한 조정 당기순이익 185억원을 기초로 평가 시총 3984억원을 도출했다. 이후 최대 36% 할인율을 적용해 상장 후 몸값 2832억원을 제시했다.
관건은 시장의 수용 여부다. 조정 당기순이익 185억원으로 시총 2832억원을 제시하기 위해 PER 배수 21.6배를 적용한 탓이다. 특히 선박 애프터서비스(AS) 사업이 주력인 시총 8조3000억원의 코스피 상장사 HD현대마린솔루션을 비교기업으로 채택, PER 배수를 올렸다.
에스엔시스는 구체적으로 조선 선실을 생산하는 세진중공업, 한라아이엠에스, 케이에스피, HD현대마린솔루션 등 4개사를 비교기업으로 선정했다. PER 배수가 32.85배로 높은 HD현대마린솔루션을 제외할 경우 비교기업 3사의 PER 평균은 17.85배 수준으로 떨어진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HD현대마린솔루션은 HD현대의 선박 AS 전문 자회사라는 독특한 영역의 기업”이라면서 “지난해 상장 추진 당시 HD마린솔루션은 비교기업 산정 어려움을 이유로 해외 이종 사업 글로벌 기업들을 끌어왔는데, 에스엔시스가 유사기업으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시장 일각에선 에스엔시스를 향한 투자자 관심이 최근 조선업 호황을 타고 수요예측 흥행에 성공한 대한조선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대한조선은 조선업 활황에 더해 기업가치 산정에 주가순자산비율(PBR)을 활용, 시장 친화적 몸값이란 평가를 받았다.
대한조선 역시 PER 방식이 더 유리했다. 비교기업인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HD현대미포 등 4개 기업의 PER 평균이 41.9배인 탓에 8조원 규모 시총 제시도 가능했지만, PBR로 최대 1조9000억원 몸값을 책정했다. 덕분에 주당 공모가가 낮게 산정됐다.
에스엔시스와 주관사 측은 “에스엔시스도 선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을 갖추고 있는 만큼 미래 성장성과 산업 유사성 측면을 고려해 HD현대마린솔루션을 택했다”면서 “아울러 신사업 중심의 성장형 기업인 점을 고려해 PBR 대신 PER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에스엔시스는 8년 전 회사 설립 당시 주주로 참여한 삼성중공업의 일부 회수를 제외한 공모 자금 약 540억원을 생산능력 확충에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신공장 건설 목표도 세웠다. 삼성중공업은 10만5000주를 구주매출해 최대 32억원을 우선 회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