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반도체 전문기업 지니틱스의 임시 주주총회에 상정된 안건이 모두 부결됐다. 현 경영진과 최대 주주인 헤일로 마이크로 일렉트로닉 인터내셔널 코퍼레이션(헤일로·지분율 35.45%)이 경영권 분쟁 중인 가운데 모두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오는 9월로 예정된 임시 주주총회에서 양측이 다시 한번 맞붙을 전망이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니틱스는 이날 오전 경기 용인시 본사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었다. 헤일로가 올린 권석만 대표이사를 비롯한 현 경영진 해임안과 현 경영진이 추천한 사내·기타비상무이사 신규 선임이 핵심 안건이었다.

지니틱스 홈페이지 캡처

이사 해임은 주주총회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받아야 하는 특별 결의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이를 채우지 못했다. 신규 이사 선임의 경우 보통 결의 요건에 해당해 출석 주주 과반수 찬성을 받으면 되지만, 최대 주주인 헤일로가 반대하면서 마찬가지로 부결됐다. 신주인수권과 전환사채의 발행 등을 제한하는 내용의 정관 변경 건도 임시 주주총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원래 이날 임시 주주총회에는 타오 하이(TAO HAI) 헤일로 회장 등 헤일로 측 사내·기타비상무이사 후보 3명을 선임하는 안건도 상정돼 있었다. 하지만 지니틱스의 ‘터치 컨트롤러 내장형 AMOLED 디스플레이 구동 SoC 설계 기술’이 반도체 분야 국가 핵심 기술에 해당한다고 산업통상자원부가 판단하면서 안건에서 빠지게 됐다.

산업기술보호법에 따르면 국가 핵심 기술을 보유한 회사의 경영 활동을 비롯한 핵심 의사 결정에 외국인이 참여하려면 산업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헤일로는 추천 이사 후보 가운데 2명이 외국인이다. (☞[단독] 지니틱스, 국가핵심기술 지정에 임시주총 제동… 최대주주 표행사 차질)

지니틱스는 오는 9월 10일 다시 한번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타오 하이 회장 등 사내·기타비상무이사 후보 3명을 선임하는 안건을 다룰 계획이다. 다음 임시 주주총회가 열릴 때까지 산업부 장관의 승인을 받는지 여부에 따라 분쟁의 방향이 정해질 전망이다.

다만 헤일로는 지니틱스 현 경영진이 국가 핵심 기술 지정을 편법적 경영권 방어에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단순 이사 선임의 경우 산업기술보호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헤일로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지니틱스 국가 핵심 기술 지정과 관련해 정부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현 경영진이 이를 방패 삼아 주주총회 결의를 의도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명백한 주주권 침해”라고 했다. 그러면서 “현 경영진의 위법 행위에 대해 끝까지 법적 책임을 묻고, 지니틱스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해일로는 현 경영진이 자신들이 세운 회사로 기술을 유출하고 경영권을 탈취하려 한다고 주장해 왔다. 현 경영진은 헤일로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맞받았다. 양측은 서로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있다며 형사 고소 등 법적 공방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