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에는 한국 화장품 산업이 중국이라는 단일 국가,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라는 소수 대형 브랜드에 의존하는 구조였습니다. 지금은 그 두 축에서 모두 벗어났습니다.”
상장지수펀드(ETF) 대홍수 시대, 수익률이 눈에 띄는 테마 ETF가 있다. K뷰티 열풍을 등에 업은 화장품 ETF가 그 주인공이다. 국내 운용사들의 주요 화장품 ETF는 올해 코스피 상승률(31%)보다 높은 40~50%대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정의현<사진> ETF 운용본부장을 21일 만나 화장품 ETF의 성장 비결과 전망을 물었다.
-최근 한국 화장품 시장은.
“올해 한국 화장품의 미국·유럽·중동·일본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50% 성장했다. 수출국도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비율이 22%, 유럽 20%, 동남아 10% 등으로 다변화됐다. 미국은 특히 지난해 한국 화장품을 약 14억달러어치 수입했는데, 이는 전통 화장품 강자로 알려진 프랑스(10억달러)의 대미 수출액을 이긴 수준이다."
-기존에는 중국 수출이 많지 않았나.
“10년 전에는 화장품 수출액 중 중국 비율이 60%였고, 중국을 겨냥한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이라는 소수 브랜드가 산업을 이끌었다. 그런데 2016년 사드 사태가 터지면서 달라졌다. 대형 브랜드들의 중국 매출이 급감하며 산업 전반이 계단식 하락을 이어갔다. 아직 중국 시장이 회복되진 않았지만, 수출국이 다변화되면서 소수 국가 의존 리스크를 해결했다는 이점도 있다. 중국 단체 관광이 재개되어도 그로 인한 포트폴리오 조정은 추가로 하지 않을 예정이다. 여전히 분산 투자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ETF 포트폴리오도 바뀌었나.
“이전에는 중국 수출 비율이 높았던 아모레퍼시픽이나 LG생활건강 등 대기업들이 ETF 내에서도 큰 비율을 차지했다. 최근에는 달바글로벌, VT 등 다양한 신흥 브랜드와 생산 파트너들이 다수 편입돼 비율도 골고루 분산된 구조로 변했다.”
-브랜드 변화만 있는 건가
“최근 화장품 업계 밸류체인(생산부터 유통까지 산업 전반의 구성)을 보면 연우·펌텍코리아 같은 화장품 용기 업체부터, 코스맥스·한국콜마 같은 위탁 생산 기업, 브랜드 기업까지 이어진다. 최근 포트폴리오에서는 특히 성장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위탁 생산 기업들이 다수 편입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하반기 K뷰티 업계 전망은.
“요즘 한국 화장품을 찾는 가장 큰 소비 세대가 미국의 젠지(Gen-Z·1990년대 중반 이후~2010년대 초반 출생)다. 이들은 한국 화장품 트렌드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밸류에이션 면에서도 코스맥스가 주가수익비율(PER) 21배, 한국콜마 18배, 코스메카코리아 15배 등, 한국 화장품 시장의 성장 대비 개별 종목들이 여전히 저평가돼 매력이 지속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