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공모펀드 직상장 제도 시행을 앞두고 상장예비심사 신청을 마친 자산운용사가 중소형사 2곳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500억원이라는 큰 규모의 설정액과 해외 주식형 펀드 제외, 은행 등 판매 채널과의 관계 등을 고려했을 때 참여 유인이 크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공모펀드 직상장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서유석 금융투자협회 회장의 임기가 5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일러스트=챗GPT 달리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1일까지 제출 기한이었던 공모펀드 직상장 관련 상장예비심사 신청서를 거래소에 제출한 운용사는 대신자산운용과 유진자산운용 두 곳이다. 두 운용사는 관련 서류들을 공문으로 발송했고, 향후 심사가 통과되면 10월 27일 제도 시행일에 맞춰 각 1종의 펀드를 상장할 예정이다.

거래소는 증권사의 전산 개발을 이유로 올해 상반기 중 시행 예정이었던 직상장 제도를 이달 말로 한 차례 미뤘다가 10월 말로 재차 연기한 바 있다. 올해 초까지 상장에 참여할 운용사가 두 곳 정도밖에 없다고 알려졌는데, 예비심사 신청 결과 이변은 없었다.

처음 제도 시행을 추진했을 때만 해도 상장 이후 공모펀드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설정액 규모가 운용사들의 발목을 잡았다. 펀드 클래스 분류 체계에서 X(상장) 클래스가 추가되고 X클래스 70억원, 총 설정액 500억원 이상이 상장 기준으로 정해졌는데, 혁신금융서비스에 지정된 24개 자산운용사의 500억원 이상 펀드는 약 4000개 중 20%가 채 되지 않는다.

또 기초자산이 ‘해외주식’인 공모펀드가 직상장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상품 다양성이 떨어진 점도 운용사들의 소극적인 참여로 이어졌다. 펀드 대부분이 은행에서 판매되는데, 상품 경쟁력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주요 판매 채널과의 관계를 악화시키면서까지 출시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서유석 금투협회장의 임기가 올해 말로 끝나는 점도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소다. 2023년 취임한 서 회장은 침체된 공모펀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며 공모펀드 직상장을 중점 사업으로 추진했다. 공모펀드를 ETF처럼 거래소를 통해 실시간 거래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였다.

하지만 임기 막바지로 접어든 만큼 제도 도입이 추진력을 얻기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금투협회장이 그간 연임됐던 사례가 없고, 서 회장의 주요 공약 중 하나였던 노후 자산 마련 특화 '디딤펀드'도 지난해 9월 도입됐으나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KG제로인에 따르면 출시 이후 이달 21일까지 국내 디딤펀드 25개의 총 순유입액은 1373억원으로 집계됐다.

현재 업계에서 차기 금투협회장 후보로는 정영채 전 NH투자증권 대표, 박정림 전 KB증권 대표, 황성엽 신영증권 대표, 이현승 전 KB자산운용 대표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서 회장은 연임 도전과 관련해선 아직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는 지난 16일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연임과 관련해 “지금은 자본시장 성장 관련 현안에 집중할 때”라며 “올해 9월이나 10월에 (출마를) 이야기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제도를 추진한 서유석 회장의 연임이 불투명한 상황에 운용사들이 여러 메리트를 따져봤을 때 공모펀드 직상장에 선뜻 참여하기엔 힘들었을 것”이라며 “한 대형 운용사는 마지막까지 신청을 고민하다가 판매 채널 축소 등을 이유로 막판에 신청을 접었다”고 말했다.

한편 공모펀드 직상장 시행 시기는 더 늦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거래소 관계자는 “10월 말까지 일정을 여유 있게 잡아놨기에 (시행 시기가) 또 바뀔 가능성은 작다”며 “신청한 운용사 두 곳 그대로 큰 변동사항 없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