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강남 집값이 잡힐 수 있을까?
정부의 초강력 대출 규제에도 의문의 시선이 많다. 수요는 폭발하는데 대규모 공급 대책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주위를 둘러봐도 ‘강남 집’만한 투자처가 없다. 특히, 역대 진보 정권에서 강남 부동산은 불패였다.
그러다 보니 올해 상반기 강남 3구 집주인들은 매매 대신 증여가 활발했다. 어차피 오를 테니 파는 것이 아니라 물려주자는 움직임이다.
강남에 진입하기 이미 늦었다면 ‘제2의 강남’을 찾는 것이 현명한 투자다. 미래를 알기 위해서는 역사를 되짚어봐야 하는 법. 21일 조선일보 경제 유튜브 채널 ‘조선일보 머니’에서는 발로 뛰는 도시문헌학자이자 강남 토박이인 김시덕 박사의 ‘머니 명강’ 시리즈 몰아보기가 공개됐다. 총 3부작으로 구성된 이번 강연에서 그는 “강남 개발이 어떤 목적으로 이루어졌고 성공 요인은 무엇이었는지를 공부하면 차기 강남도 자연스럽게 유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남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김 박사는 “강남은 국가가 나서서 개발을 하다가 손을 뗀 지역”이라며 “시민의 힘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이 역설적으로 강남의 경쟁력이 됐다”고 분석했다. 애초 상공부·총무처의 강남구 이전이 무산되면서 민간 자본의 활력이 넘치는 강남의 DNA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반대로 정부 계획대로 강북에서 법조타운이 이전된 서초구는 생동감이 떨어지게 됐다. 그는 “서초동 대법원을 강원도로 옮기는 등의 2차 공공기관 이전이 이뤄지면 강남이 진정한 상업도시로 거듭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 박사는 “경부고속도로를 지금의 서초구와 강남구 사이에 놓기로 한 결정도 강남을 띄우는 데 한 몫 했다”고 말했다. 고속도로를 놓을 땅을 싸게 확보할 목적으로 양측에 영동 1·2지구 택지개발을 하지 않았다면 오늘날의 강남은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란 뜻이다.
강남을 배경으로 각종 부동산 비리가 터진 것도 아이러니하게 강남 몸값을 띄운 원인이 됐다. 애초 정부는 서초구를 중심으로 강남을 개발하려 했고 나머지 강남 지역은 상대적으로 외진 상태였다. 그러다보니 조용한 곳을 선호하는 부자들이 눈독을 들이며 몰려들었다. 이 과정에서 압구정 현대아파트 특혜 분양 의혹, 서초동 꽃마을 투기 의혹, 수서 비리 등 각종 부동산 비리가 터지면서 여러 정·관계 재벌들이 강남에 살고 있다는 게 드러났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부자들은 강남에 산다’는 인식을 갖게 됐고 역설적으로 강남의 부가가치는 더 높아지게 됐다는 것이다.
◇제2의 강남은 어디?
김 박사는 강남의 성공 요인은 “부자들이 조용하게 모여 사는 데에 있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모여들어 전국적인 유동량이 늘어나고,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으면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계백화점 강남점이 있는 서울 서초구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을 예로 들며 “버스 타고 와서 결혼식에 참석하고 신세계백화점에 들러 쇼핑도 하고 가는 사람들이 늘면서 강남 신세계가 전국적인 상권을 가진 곳이 됐다”며 “넥스트 강남도 이런 조건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계속 뻗어나가고 있는 배후 지역이 든든히 받쳐주고 있는 것도 ‘강남 불패’ 신화의 이유라고 분석했다. 그렇기 때문에 ‘제2의 강남’이 어디인지도 명확하다고 했다.
김 박사는 서울 강남이 두 개의 축으로 확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먼저 강남의 핵심이 압구정 같은 강남구 북부에서 ▲서초구 북부(강남역 인근)▲송파구 북부▲수서역 부근(수서, 문정, 장지)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서초구 북부 지역과 함께 잠실종합운동장 일대의 국제교류복합지구 개발과 SRT·GTX-A가 지나는 수서역 일대가 앞으로 더 활력이 돌 지역이라는 것이다. 김 박사는 “전통적
인 중심지나 부촌만을 보기 보다는 교통망, 산업망의 접점 지역이 미래에는 더 큰 부가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라고 했다.
미래 강남이 될 또 하나의 축은 반도체 벨트다. 수원 동부, 평택, 천안·아산, 나아가 청주 오송까지 이어지는 이 반도체 벨트가 새로운 경제적 부를 창출하며 새로운 강남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박사는 “단순히 아파트 가격 뿐 아니라 도시의 복합적 기능을 이해해야만 부동산을 제대로 읽을 수 있다”며 “현재는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변방에서 새로운 기회가 움트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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