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챗GPT 달리

이 기사는 2025년 7월 16일 08시 25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펄마캐피탈이 세 번째 폐기물 처리 업체 인수를 추진 중이다. 지난해 제이엔텍, 올해 CEK를 인수한 데 이어 최근 코엔텍의 인수 적격예비후보(숏리스트)로 선정된 것이다.

어펄마가 앞서 제이엔텍, CEK를 인수하면서 공통적으로 사용한 전략은 인수금융을 동원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코엔텍도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우협)로 선정될 시 대출 없이 전액 에쿼티로 살 계획이다. 이는 폐기물 소각·매립 단가와 관계가 있다. 인수금융을 이용하면 재무 약정에 따라 정해진 수준 이상의 실적을 내야 하는데, 폐기물 처리 단가가 낮은 현 시점에 소각·매립량을 늘린다면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어펄마는 최근 E&F프라이빗에쿼티·아이에스동서 컨소시엄이 매각 중인 1조원 규모 코엔텍의 인수 숏리스트에 포함됐다. 에코비트, 거캐피탈파트너스, 프랑스계 전략적투자자(SI) 한 곳과 경쟁한다.

앞서 어펄마는 지난해 9월 더함파트너스와 손잡고 폐기물 매립 업체 제이엔텍을 전체 기업가치 5100억원에 인수했다. 올해 6월에는 CEK(옛 KC환경서비스) 등 폐기물 처리 관련 업체 5~6개사를 싱가포르 투자사 에퀴스디벨롭먼트로부터 40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에 코엔텍까지 인수해 3개사를 볼트온(bolt-on·동종 업체들을 인수해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합병하는 일)하겠다는 계획이다.

눈여겨볼 만한 점은 어펄마가 두 회사를 사면서 인수금융을 동원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인수금융을 사용하면 채권단과의 재무약정(커버넌트) 때문에 정해진 수준 이상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내야 하는데, 현시점에서 이런 약정에 발목을 잡혀선 안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평균 소각 단가는 톤(t)당 21만4000원이었다. 올해 예상 단가는 23만원이며, 내년 예상치는 25만원, 2027년 예상치는 27만원이다. 아직 저점에 머물고 있는 셈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2020~2023년 사이에는 시멘트 회사들이 유연탄 대신 폐기물을 소각 재료로 쓰는 비율이 높아지면서 소각할 폐기물이 줄어들어 소각 단가가 낮아졌다”며 “그러나 최근에는 소각 단가가 오르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건설 경기가 악화함에 따라 시멘트 업체들이 폐기물 소각으로 더 많은 열량을 얻기 위해 투자할 수 있는 비용이 줄었다. 이 때문에 폐기물이 유연탄을 대체하는 것이 한계에 도달, 더 많은 폐기물이 소각장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국 평균 폐기물 매립단가도 아직 저점이라는 게 어펄마 측 판단이다. 지난해 톤당 6만5000원에 불과했는데 이는 2021년(10만원)과 비교해 현저히 낮은 가격이다. 올해는 7만원, 내년은 8만원, 2027년엔 9만5000원까지 오를 것이라는 게 업계 추정이다.

지금처럼 매립단가가 낮을 때 매립 용량을 많이 채우게 되면, 결국 회사의 수익성이 악화할 수밖에 없다. 업체 입장에서는 단가가 높을 때 더 많이 매립해야만 이익률을 끌어올리고 펀드 출자자(LP)들에게 더 많은 수익을 나눠줄 수 있다.

어펄마는 현 시점에서 에쿼티로만 투자해 재무약정을 피한 뒤, 오는 2026~2027년 인수금융을 동원하는 방식으로 리캡(자본구조 재조정)을 실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