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가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의 매도세에 밀려 하락했다. 환율·국채 금리가 다시 고개를 든 가운데 차익 실현 물량이 나오면서 증시가 조정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코스피지수는 16일 3186.38로 장을 마쳤다. 전날보다 28.9포인트(0.9%) 내렸다. 코스피지수는 3년 10개월 만에 되찾았던 3200선을 3거래일 만에 다시 내줬다. 코스닥지수는 0.65포인트(0.08%) 하락한 812.23을 기록했다.

16일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코스피시장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미국 엔비디아가 중국에 인공지능(AI) 칩을 다시 수출할 수 있게 되면서 연이틀 강세를 이어갔다.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1위인 알테오젠 역시 정맥 주사 형태의 치료제를 피하 주사로 바꿀 수 있는 ‘ATL-B4′가 미국 물질특허 등록을 마무리했다는 소식에 장중 역대 최고가를 새로 썼다.

하지만 대장주 상승이 지수 방향을 바꾸지는 못했다. 기관과 외국인이 매도 물량을 쏟아낸 영향이다. 코스피시장에서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6137억원, 761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외국인과 기관은 코스닥시장에서도 1138억원, 675억원 ‘팔자’에 나섰다.

이날 프로그램 매매 가운데 비차익 거래가 41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외국인·기관 순매도 규모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비차익 거래가 15개 이상의 현물 주식을 묶어 대량으로 주문을 내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점을 고려할 때 특정 종목·업종의 악재보다 시장 전반에서 ‘팔자’가 강했던 셈이다.

환율과 국채 금리 급등으로 차익 실현에 나선 투자자가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서울 외환시장에서 전장보다 5.5원 오른 1385.7원을 기록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도 다시 4.5% 선에 다가섰다.

관세 불확실성이 배경으로 꼽힌다. 전날 발표된 미국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시장 예상치에 부합했지만, 상품 가격에서 오름세가 포착됐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오는 8월 1일부터 관세 부과를 예고한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당장 시장에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오는 9월부터 기준금리 인하를 재개할 것이란 기대감이 줄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미국 연방기금금리(FF) 선물시장 참가자들은 기준금리 인하 확률을 54%로 반영하고 있다. 일주일 전만 해도 70%에 달했다. 반면 같은 기간 금리 동결 가능성은 30%에서 46%로 올랐다.

이날 밤 6월 미국 생산자물가지수(PPI)가 나올 예정이다. 당분간 관세에 대한 우려가 시장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지수가 전날 연고점을 경신했던 상황에서 CPI가 차익 실현 심리를 강화시킨 것으로 판단한다”며 “앞으로 물가에 관세 영향이 일시적일지, 지속적일지에 대한 심리가 증시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일러스트=챗GPT 달리3

코스피시장 시가총액 종목 가운데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 현대차 등은 주가가 하락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NAVER는 전날보다 소폭 오른 가격에 정규장 거래를 마무리했다.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에선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 파마리서치 등의 주가가 내렸다. 펩트론, 레인보우로보틱스, 리노공업은 상승 마감했다.

업종별로 보면 상승 흐름을 이어갔던 증권·은행·보험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미래에셋증권은 하루 새 주가가 7% 넘게 빠졌다. 우리금융지주와 KB금융 등도 주가 하락률이 5%를 웃돌았다. 현대해상과 삼성화재도 내림세를 보였다.

반대로 부품·장비 기업들의 주가 상승이 두드러졌다. 톱텍은 SK온에 각형 배터리 조립 공정 장비를 공급했다는 소식에 상한가(일일 가격 제한 폭 최상단)를 찍었다. 파인엠텍과 덕산네오룩스 등은 애플의 ‘폴더블 아이폰용’ 수혜 종목으로 꼽히면서 강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