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박상훈

공모펀드 시장에서 ‘목표 전환형’ 상품이 주목받고 있다. 목표 전환형 펀드는 운용 초기 주식이나 상장지수펀드(ETF) 등 ‘위험 자산’에 좀 더 많이 투자해 정해둔 목표 수익률을 달성한 후, 바로 채권 등 안정형 자산으로 전환 투자해 수익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챙기는 상품이다.

◇설정액 올 들어 50% 증가

KCGI자산운용이 올해 4월 내놓은 ‘KCGI코리아목표전환 1호’ 펀드를 예로 들어보자. 수익률 목표치를 6%로 설정한 이 펀드는 주식 30%, 채권 70%를 기초 자산으로 운용하기 시작했다. 최근 증시 활황으로 출시 55일 만에 지난달 12일 목표 수익률을 달성한 뒤 채권 투자로 ‘수익률 굳히기’에 들어갔다. 정연대 KCGI 이사는 “채권 투자로 전환된 뒤에는 고객 대부분이 투자금을 찾아갔다”고 했다.

목표 전환형 상품 대부분이 이와 비슷하게 목표 수익률 6~7%를 달성하면 안정형 자산 투자로 전환된다. 기존 목표 전환형 펀드는 위험도가 높은 사모펀드 방식이 많았는데, 최근 주식과 채권의 혼합 형식으로 상대적으로 위험도를 낮춘 공모펀드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래픽=박상훈

9일 금융 데이터 업체 KG제로인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목표 전환형 공모펀드의 총설정액은 1조6433억원이었다. 지난해 4분기(1조1113억원)보다 50% 가까이 증가했다. 펀드 설정액은 펀드가 최초로 개설될 때부터 기준일까지 투자자들에게서 모은 금액의 총합으로, 투자자들이 그 펀드에 맡긴 돈의 총액으로 볼 수 있다. 2분기 만에 설정액이 50% 커진 것은 그만큼 목표 전환형 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졌음을 의미한다.

그래픽=박상훈

운용사들도 잇따라 목표 전환형 펀드를 내놓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 7일 목표 수익률 7%로 국내 채권과 국내 테마 ETF에 투자하는 ‘삼성알아서투자해주는 EMP목표전환형 펀드 제4호’를 출시했다. 지난달 30일 KCGI자산운용은 ‘KCGI코리아 목표전환펀드 1호’의 후속으로 2호 펀드를 내놓았는데, 자금이 총 2768억원 몰려 올해 공모펀드 중 최고 설정액을 기록하기도 했다.

◇주식 활황으로 빠른 수익률 달성

목표 전환형 펀드는 일반적으로 ‘중위험·중수익’을 표방하는 펀드이지만, 최근 주가가 크게 상승하며 ‘저위험·중수익’이 실현되고 있어 투자자 관심을 더 받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통상 목표 전환 펀드는 기초 자산의 수익이 담보될 경우 안정적 수익률을 보장하는데, 새 정부 들어 증시가 크게 오르며 유가증권시장·코스닥에 상장된 주식을 기초 자산으로 한 목표 전환형 펀드들이 목표 수익률을 빠르게 달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금융 투자 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금융 법인이나 고액 자산가와 같은 보수적인 투자자들도 목표 전환형 펀드에 들어오는 추세“라며 ”목표 전환형 펀드의 수익성이 그만큼 안정적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목표 수익률 보장되는 것은 아냐

전문가들은 하반기 한국 주식시장 호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유행을 타는 목표 전환형 펀드에 대한 과도한 투자는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운용사들은 특정 시장에 목표 전환형 펀드가 몰릴 경우, 단기 고점이라고 보기도 한다”며 “한 목표 전환형 펀드가 잘될 경우, 2호, 3호, 4호가 나오는데, 4호 펀드는 이미 유행이 지난 것일 수 있다”고 했다.

이정택 삼성자산운용 매니저는 “목표 전환형이라고 해서 목표 수익률이 꼭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며 “또한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게 되면 채권형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상승장에서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없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다행히 최근엔 상승장이지만, 하락장에서는 목표 전환형 펀드가 수익을 내기가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한 중견 자산운용사 팀장은 “2023년과 2024년에는 미국에서 목표 전환형 펀드가 많이 나왔는데, 이 흐름의 막바지에 투자한 고객들은 손해를 보기도 했다”며 “목표 전환형 펀드는 한번 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날 경우 회복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목표전환형 펀드

처음에는 국내외 주식, 상장지수펀드(ETF) 등 ‘위험 자산’에 투자하다가 사전에 정한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면, 채권 등 안정형 자산으로 갈아타 수익률을 보존하는 구조로 운용하는 펀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