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자본 기준 국내 증권사 1·2위인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비슷한 시기에 서로에 대한 투자 의견을 하향 조정하면서 그 배경이 있는지를 두고 여의도 증권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먼저 움직인 쪽은 미래에셋증권이었다. 이 회사는 지난 7일 한국투자증권의 모회사인 한국금융지주에 대한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내렸다. 정태준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주주 환원 확대 요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한국금융지주는 성장에 방점을 찍으며 환원에 대한 언급을 꺼려왔다”며 “다른 증권사와 동일한 수준의 저평가 해소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최근 한국금융지주에 대한 투자 의견을 낮춘 곳은 미래에셋증권이 유일하다.

공교롭게도 이틀 뒤인 9일, 이번엔 한국투자증권이 미래에셋증권에 대한 투자 의견을 ‘중립’으로 내렸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주가 급등을 감안해 투자 의견을 하향한다”며 “자사주 소각 정책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더라도 추가 상승 여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한국투자증권 외에도 KB증권, SK증권 등도 주가 급등을 이유로 미래에셋증권에 대한 투자 의견을 낮췄다. 미래에셋증권의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175% 급등했다.

일각에선 라이벌인 두 증권사가 보고서로 ‘대리전’을 벌인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지만, 두 회사는 ‘우연의 일치’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연구원이 독립적으로 분석한 내용을 바탕으로 보고서를 낸 것”이라며 “회사 차원에서 관여한 바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도 “예정된 보고서가 정해진 일정에 따라 발간된 것일 뿐, 미래에셋의 보고서에 대응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여의도 증권가에선 올해 들어 증권주가 급등하면서 자연스럽게 관심이 높아진 데 따른 ‘해프닝’으로 보고 있다. 주요 상장 증권사 11곳으로 구성된 KRX 증권지수는 작년 말 대비 두 배 넘게 뛰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올해 증권주가 워낙 ‘핫’하다 보니, 이번 사례도 여의도에서 자주 회자된다”면서 “연구원들이 마치 개인사업자처럼 각자 판단에 따라 보고서를 내기 때문에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