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챗GPT 달리

정부와 여당이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추진한다는 소식에 발행 주식 수 대비 자사주 비율이 높은 종목들의 주가가 일제히 급등했다. 보통 자사주를 소각하면 전체 주식 수가 줄어 주가가 상승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부국증권 주식은 9일 오후 1시 23분 코스피시장에서 6만600원에 거래됐다. 전날보다 주가가 29.9%(1만3950원) 오르며 상한가(일일 가격 제한 폭 최상단)를 찍었다. 부국증권은 발행 주식 수 대비 자사주 비율이 42.7%가 넘는다.

자사주 비중이 큰 신영증권을 비롯해 조광피혁, 대웅, 신대양제지, 일성아이에스 등도 주가 상승률이 두 자릿수를 나타냈다.

더불어민주당 ‘코프시5000특별위원회’가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상법 개정안을 추진할 계획이라는 소식이 투자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일부 기업이 자사주를 지배 주주의 경영권 방어 용도로 활용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다만 자사주 소각 의무화의 범위를 두고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법률 불소급의 원칙을 고려할 때 신규 취득하는 자사주에 소각 의무를 부여하는 것은 상관없지만, 기존에 보유한 자사주 소각을 강제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재계에선 현재 경영권 방어 수단이 마땅치 않은 점도 토로하고 있다. 경제단체들을 중심으로 차등의결권(dual-class voting shares·특정 주식에 보통주보다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이나 포이즌필(poison pill·경영권 침해 시도 발생 시 기존 주주에게 시가보다 싼 가격에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제도)과 같은 경영권 방어 장치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