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우선주 중 하나인 한화1우선주(한화우)가 상장폐지 절차에 들어가면서 소액 주주들과 한화 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한화우는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41% 넘게 급락했다. 같은 기간 한화 보통주와 또 다른 우선주인 한화3우B는 각각 1.88%, 4.25% 내리는 데 그친 것을 감안하면 큰 폭의 하락세다.
한화우만 유독 급락한 이유는 정리매매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30일, 한화우의 상장 주식 수가 20만주에 미달하는 상황(19만9033주)이 두 개 반기 연속 지속됐다며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한화우는 14일까지 정리매매를 거친 뒤 상장폐지된다. 한화 보통주나 한화3우B는 상장폐지와 무관하다.
소액 주주들은 한화가 의도적으로 상장폐지 요건을 만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화우 주주연대’는 최근 성명에서 “한화가 주식 수를 967주만 더 보유하면 상장 유지를 할 수 있었지만 고의로 줄였다”면서 “소액 주주들을 희생시키려는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하거나, 주당 순자산 가치(11만~12만원)를 반영한 합리적인 가격에 공개 매수를 다시 추진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한화는 이미 1년 전부터 상장폐지 계획을 공시했고, 모든 절차를 정당하게 밟았다고 해명했다. 작년 7월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계획을 공시하면서 상장폐지 목적이라는 점을 밝혔고, 공시 전 주가보다 11% 높은 4만500원에 공개 매수도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이후 수차례에 걸쳐 상장폐지 가능성 공시도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주주 연대가 요구하는 보통주 전환은 정관상 규정이 없고, 지분 희석으로 기존 보통주 주주가 피해를 볼 수 있는데다 한화3우B 주주와의 형평성 문제도 있어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한화 관계자는 “상장폐지 후 비상장 주식으로 전환되더라도, 형평성과 관련 법령 등을 고려한 주주 보호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상장폐지를 예상하면서도 사들인 투자자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거래소는 지난달 12일과 16일 한화우를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했다. 12일엔 전체 거래 중 상위 20개 계좌에서 한화우를 매수한 비율이 65.19%, 16일엔 46.08%에 달했다는 이유에서다. 한 증권사 임원은 “일부 투자자들이 상장폐지 과정에서 나올 구제책을 노리고 투자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