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3분기(7~9월) 중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추가 지정을 위해 신청서를 접수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삼성증권과 키움증권이 발행어음 사업자 대열에 합류할 기회를 선점했다. 정부가 내년부터 종투사 지정 요건을 강화할 방침이어서 발행어음 사업을 원하는 증권사는 반드시 올해 안에 인가를 얻어야 한다. 삼성·키움에 밀린 메리츠·신한투자·하나 등 3개사는 다급해졌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앞줄 왼쪽 네 번째)이 4월 9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종합금융투자회사 CEO 간담회에 참석해 증권사 CEO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뉴스1

삼성증권과 키움증권은 1일 금융위원회에 발행어음 사업자 인가를 위한 신청서를 제출했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 4월 9일 발표한 ‘증권업 기업금융 경쟁력 제고방안’에서 “올해 3분기 중 종투사 추가 지정을 위한 신청서를 받겠다”고 밝힌 바 있다. 3분기 첫날이 되자마자 두 증권사가 가장 먼저 신청서를 낸 것이다.

종투사는 3조원(기업신용공여)·4조원(발행어음)·8조원(IMA) 등 자기자본 규모에 따라 허용되는 업무가 다르다. 이 중 증권업계 이목이 쏠린 건 발행어음 사업 진출이 가능해지는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종투사다. 삼성증권과 키움증권을 비롯해 메리츠증권, 신한투자증권, 하나증권 등 총 5개사가 출사표를 던진 까닭이다.

금융투자업자가 신규 사업에 진출할 때는 무작정 신청서부터 내는 게 아니라, 사전에 금융당국과 물밑 접촉하며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한다. 5개 증권사 역시 본인가 신청에 앞서 금융감독원에 사전 협의 자료를 내고 예비 검토를 받아왔다. 즉 삼성증권과 키움증권부터 신청서를 제출했다는 건, 이 두 증권사가 예비 검토 단계를 가장 먼저 통과했다는 뜻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각 증권사의 요건 충족 여부나 준비 상황에 따라 신청 시점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금융당국이 (신청서 제출 순서를) 임의로 정해주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발행어음은 증권사가 자체 신용으로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 어음이다. 자기자본의 2배까지 판매할 수 있다. 발행 절차가 간단하고 자금 조달도 쉬워 유동성 확보 측면에서 쏠쏠하다. 현재 국내 발행어음 사업자는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등 네 곳이다.

삼성증권도 2017년 이들 증권사와 함께 발행어음 시장에 진출하려고 했으나, 당시 대주주 리스크와 유령 주식 배당 사고 등이 터지는 바람에 인가 신청 작업을 잠정 중단해왔다. 삼성증권으로선 8년 만에 재도전하는 셈이다. 키움증권은 지난해부터 발행어음 사업 진출에 의욕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금융위원회

삼성·키움증권의 인가 신청서 제출로 메리츠·신한투자·하나증권은 조급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금융당국이 올해 이후부터는 종투사 지정 요건을 강화하고, 단계적 지정 원칙을 적용할 것이라고 예고해서다. 예컨대 내년부터 가장 핵심적인 요건인 자기자본은 연말 결산 기준으로 연속 2기간 충족해야 한다.

종투사에 지정되면 인가에 준하는 신규 업무가 가능해지는 만큼 사업 계획과 본인 제재 이력(사회적 신용) 요건도 신설된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종투사가 기업금융 기능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수 있도록 3조원→4조원(발행어음)→8조원(IMA) 단계마다 2년 이상 영위하고, 이 기간을 채운 종투사에 한해 다음 단계 지정 자격을 부여하기로 했다.

한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신청서를 내면 결과가 곧장 나오는 게 아니라 2~3개월 동안 심사가 이뤄지고, 이후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와 금융위 의결, 금융투자협회 약관 심사 등을 거쳐야 한다”며 “가급적 연내 사업 자격을 얻어야 하는 증권사로선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일각에선 발행어음 사업 자격을 얻더라도 이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당국이 지난 4월 “종투사 전체 운용자산 중 발행어음 조달액의 25% 규모에 해당하는 국내 모험자본 공급을 의무화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어서다.

현재 발행어음 사업자들은 조달액을 기업금융에 50% 이상, 부동산에 30% 이하로 운용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혁신적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려면 모험자본 공급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모험자본 25% 공급 의무’를 신설했다. 동시에 부동산 관련 자산 운용 한도는 현행 30%에서 2026년 15%, 2027년 10%로 하향 조정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