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불완전 판매나 시세 조종에 당한 자본시장 피해자를 구제하고자 한국형 페어펀드(공정배상기금) 도입을 약속한 가운데, 불공정 행위 신고자에 대한 보상도 함께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자본시장 위법 시도가 날로 교묘해지는 만큼 휘슬블로워(내부고발자)의 역할도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자본시장 분야 공약 중 하나로 공정배상기금 도입을 제시했다. 금융위원회에 공정배상기금을 설치해 자본시장 불공정·불법 행위에 부과되는 과징금 또는 벌금 일부를 피해자 보상에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미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공정배상기금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와 기획재정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다.
공정배상기금은 미국의 페어펀드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페어펀드는 위법 행위자에게 부과한 과징금을 활용해 투자 피해자를 구제하는 펀드다. 미국은 지난 2002년 증권법을 위반한 자로부터 징수한 민사제재금과 부당이득 환수금 등을 재원으로 페어펀드를 조성했다. 현행법상 우리나라는 자본시장에서 부과한 과징금과 벌금을 국고에 귀속한다.
다만 전문가들은 새 정부가 정책 초점을 투자 피해자 구제에만 쏟아선 안 된다고 말한다. 불공정 행위 적발의 한 축이 ‘신고’인 만큼, 위험을 무릅쓰고 위법 사실을 알리는 신고자에 대한 보상 강화 방안도 함께 마련돼야 자본시장 공정 질서를 확립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대표적인 게 회계부정 신고에 대한 보상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올해 1~5월 회계부정 신고자에게 지급한 포상금은 총 4억5000만원(4건)이다. 문제는 신고 포상금 17억원(10건)을 더 줘야 하는 상황인데, 해당 예산이 4억5000만원에 불과해 앞의 4건을 끝으로 올해 지급이 벌써 끝나버렸다는 점이다.
불공정 신고자는 대부분 내부고발자다. 이들은 내부고발과 함께 퇴사하는 경우가 많다. 생계를 걸고 금융당국에 신고했는데도 턱없이 부족한 예산 탓에 보상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2019년 81건이던 회계부정 신고 건수는 지난해 179건으로 2배 이상 늘었다. 금융위는 올해 신고 포상금 예산을 11억5000만원으로 증액하려고 했으나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신고자 포상도 공정배상기금 아이디어와 같은 맥락에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자본시장 선진국에 이미 비슷한 제도가 존재해서다. 미국의 경우 제재금 납부액의 10~30%에 해당하는 금액을 투자자보호기금(Investor Protection Fund)에서 포상금으로 지급한다. 또 캐나다 온타리오주 증권위원회도 증권법 위반 관련 정보 제공으로 해당 회사에 금전 제재가 가해지는 경우 제재 부과금의 5~15%를 포상금으로 준다.
김봉환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회계부정을 비롯한 자본시장 내 위법 행위 상당수를 가장 확실하게 잡아낼 방법은 내부자의 신고”라며 “신고자에 대한 금전적 보상뿐 아니라 신체 보호 방안도 정부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