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소식이 전해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새 정부 등장으로 어제까지 7거래일 연속 올랐던 국내 증시의 ‘이재명 랠리’도 중동 긴장으로 꺾이며 코스피 2900선을 내줬다. 그동안 트럼프발(發) 관세 전쟁으로 흔들렸던 달러 가치도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높아지고 있다.
◇일제히 하락한 아시아 증시
최근 미국발 관세 전쟁 우려가 먹구름처럼 덮고 있는 가운데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더해지면서 이날 아시아 증시는 일제히 급락했다.
이날 장 초반 최근의 상승 흐름을 이어갔던 코스피는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소식이 전해지자 급격히 방향을 틀어 전 거래일 대비 0.87% 내린 2894.62로 마감했다. 장중 한때 1% 넘게 하락하며 2870대까지 밀렸던 코스피는 외국인이 장 후반 순매수로 전환하면서 낙폭을 일부 만회했다. 이날 외국인과 개인은 각각 1212억원, 4669억원 순매수(매수가 매도보다 많음), 기관은 6109억원 순매도했다. 코스닥 지수도 전 거래일보다 2.61% 내린 768.86으로 마쳤다.
종목별로는 삼성전자(-2.02%), 현대차(-1.24%)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일제히 하락했으나 LIG넥스원(14.35%), 한국항공우주(7.96%) 등 일부 방산주는 폭등했다. 한국석유(30%), 흥구석유(29.97%) 등 석유관련주도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란 군부 핵심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확전 우려에 국제유가(WTI 기준)가 한때 10% 이상 급등하고 미국 시간외 거래에서 S&P500선물과 나스닥100선물이 1.5%, 1.6% 내렸다.
이날 일본 닛케이 평균도 0.89% 하락한 3만7834.25, 대만 자취안 지수도 0.96% 하락한 2만2072.95에 마감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이란이 핵 보유 문제를 두고 협상을 진행 중이었는데,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이란 공습이라는 파급 효과를 만들어낸 듯하다”며 “주식시장에서는 그간 상승에 따른 조정의 명분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온라인 트레이딩 플랫폼 무무의 제시카 아미르 시장전략가는 “이 상황이 아마도 주가 하락의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전 세계적으로 주식은 30% 상승했으며 MSCI 세계 지수는 기록적인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에 일부 이익을 실현할 여지가 있다. 앞으로도 계속 상승세를 이어갈 분야는 방산, 유틸리티, 에너지”라고 분석했다.
◇안전 자산 선호로 달러·금값 오르고 비트코인은 하락
안전자산 선호 심리 강화로 달러와 금 가격도 상승하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일 대비 3.7원 내린 1,355.0원에 출발했으나 장 초반 방향을 바꿔서 10.9원 내린 1369.9원에 마감했다. (주간 거래 종가)
안전자산인 금 가격도 오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금시장에서 이날 1㎏짜리 금 현물은 전일 대비 2.34% 오른 15만530원(1g당)에 거래됐다.
반면,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가상자산은 하락세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서 1비트코인은 전날보다 0.28% 하락한 1억4540만원대에서 거래 중이다. 이더리움 역시 3% 넘게 하락한 350만원대에 거래 중이다.
매슈 하우푸트 윌슨애셋매니지먼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채권과 금에 대한 매수세가 강화되고 유가가 급등하는 등 전통적인 위험 회피 움직임이 보인다”며 “현재 주목하는 것은 테헤란의 대응 속도와 규모로, 이는 현재의 시장 움직임이 지속되는 기간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트 심프슨 씨티인덱스의 시장분석가도 “위험 회피 움직임으로 변동성 급증이 발생하고 있다”며 “트레이더들은 엔화, 스위스 프랑, 금 가격을 상승시키고, 글로벌 지수 선물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주말을 앞두고 변동성이 지속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의 이란에 대한 전격적인 공습이 위험 회피 심리를 급발진시키면서 당분간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고조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제니퍼 웰치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수석 지정학 분석가는 “상황이 더 넓은 지역 분쟁으로 확대될 위험이 높다”며 “미국은 이란에 미국 이익을 표적으로 삼지 말라고 경고했지만, 이란은 공격받으면 미군 기지와 군사 자산을 공격하겠다고 위협했다. 이는 미국이 개입될 위험을 높여 분쟁을 확대하고 단기적인 탈출구를 제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