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6월 11일 17시 57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운용 자산이 1200조원에 달하는 ‘큰손’ 국민연금공단이 이르면 다음 달 사모펀드(PEF) 위탁운용사 모집 공고를 낼 예정이다. 공고 전 이달 말까지 제안 요청서(RFP)에 어떤 조건을 명시할지 확정하기로 했는데, 홈플러스 사태를 의식해 문구를 추가하는 방안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서원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은 지난달 29일 열린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사모펀드 출자 가이드라인을 손 봐서 6월까지 초안을 만들어보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서 본부장의 발언은 위원회에 출석한 위원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일부 위원이 홈플러스 사태를 언급하며 ‘사모펀드가 국민연금으로부터 출자받아 인수한 회사가 기업회생에 들어가서 근로자들이 고용 보장을 받지 못하게 됐다’고 지적하자, 올해 출자 사업에서는 이런 문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만한 조건을 선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답한 것이다.
한 기금위원은 “다만 (서 본부장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고 말한 건 아니고, 원론적인 답변을 한 걸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이 홈플러스 사태를 의식해 몇 가지 출자 조건을 추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과도한 구조조정으로 고용 감소가 예상되는 M&A를 해선 안 된다’는 조항을 넣거나, 자산 매각이나 인수금융 주식담보비율(LTV) 등과 관련해 제한을 둘 가능성이 거론된다.
일각에서는 홈플러스가 상환전환우선주(RCPS) 상환 조건을 변경하기 전 국민연금의 동의를 받지 않은 것과 관련, 사전 보고 의무를 명문화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러나 이는 운용사의 권한을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측면에서 자본시장법과 충돌할 소지가 있으며, 서 본부장 입장에서도 부담이 될 수 있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한 PE 관계자는 “이번에 국민연금이 그런 조건을 명문화해 운용사가 RCPS 발행 조건을 변경하지 못해서 10년 뒤 심각한 손실을 본다면, 그때 가서 국민연금의 책임론이 대두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은 지난 2월에도 MBK파트너스와 JKL파트너스, 프랙시스캐피탈, 프리미어파트너스에 출자를 확약하며 ‘적대적 M&A시 참여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정관에 명시한 바 있다. 당시엔 위탁운용사 선정 후 계약 단계에서 이 같은 조건을 제시했다면, 이번에는 운용사 모집 공고 단계부터 RFP에 명시하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