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앞에서 크로스파이낸스 투자자들이 집회를 열고 상환 지연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김태호 기자

이 기사는 2025년 6월 2일 16시 24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대규모 상환 지연 사태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온라인투자연계금융(P2P) 업체 크로스파이낸스가 경영권 매각을 전제로 투자 유치를 추진한다. 크로스파이낸스는 한국거래소 자회사 코스콤과 무학의 자회사 스타뱅크가 지난 2017년 합작으로 설립한 곳이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크로스파이낸스는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외부 투자 유치를 추진한다. 현재 국내 회계법인을 대상으로 자문사 선정 절차를 진행 중이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자금을 수혈한다는 계획이다. 새 투자자는 크로스파이낸스의 최대주주로 올라 경영권을 확보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크로스파이낸스의 미정산 사태는 작년 중순 전자결제대행사(PG)가 판매 대금을 갚지 못하면서 시작됐다. 문제가 된 상품은 카드매출 선정산 상품이다. 팩토링 업체(선정산 업체)를 통해 자영업자 등 중소상공인의 매출채권에 투자하는 구조다. PG사인 루멘페이먼츠가 선정산 업체에 판매 대금을 정산하면 선정산 업체가 해당 금액을 온투업계 투자자에게 지급하는 식이다.

구체적으로 소상공인 가맹점에서 카드 매출이 발생하면, 일정 기간 이후 카드사가 매출 대금을 지급한다. 현금이 필요한 소상공인은 할인된 가격으로 매출 채권을 선정산 업체에 넘겨주게 된다. 여기서 P2P 투자자들은 해당 선정산 업체가 소상공인의 카드 매출 채권을 할인된 가격으로 살 수 있게 돈을 빌려준다. PG사가 최종적으로 소상공인에 지급할 돈을 P2P에 넘겨줌으로써 투자자들의 돈이 회수되는 구조다.

그러나 루멘페이먼츠가 일부 카드 대금 변제를 미루면서 상환 지연 사태가 발생했다. 이후 크로스파이낸스는 작년 8월 초 금융당국과 수사기관에 루멘페이먼츠와 김인환 대표 등을 신고했다. 검찰 조사에서 루멘페이먼츠 측은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허위 매출채권을 만든 뒤 선정산 대출을 받는 방식으로 자금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크로스파이낸스에서 편취한 금액은 720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크로스파이낸스의 올해 4월 기준 누적 연계 대출 규모는 5조5798억원, 대출 잔액은 796억원 수준이다. 작년 미정산 사태로 영업수익은 24억원, 당기순손실은 9억9679만원을 기록했다. 자산 총계는 5억6000만원, 부채 총계는 76억원이다. 상환 지연 사태로 인해 투자자에게 변제해야 할 비용을 포함하면 최종 부채는 수백억원대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경기 침체로 온투업 상황이 악화하면서 외부 자금 조달 가능성에 의문을 품고 있다. 최근 온투협회 소속 업체 절반가량이 회비조차 제대로 내지 못할 정도로 업황 부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크로스파이낸스는 연계 대출 상품이 대부분 어음·매출채권에 집중된 데다, 상환 지연 사태로 신뢰가 떨어진 만큼 회생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최근까지 부실채권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크로스파이낸스가 지난 4월 공시한 부실채권 발생 내역에 따르면 장래론과 카드매출 선정산, 로지스틱론, 셀러론 등에서 3개월 이상의 연체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부실채권은 사실상 회수 불가능으로 예상되는 채권을 말한다.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통해 기관 투자가 가능해진 만큼 저축은행 등의 전략적 투자자(SI) 참여 가능성이 점쳐진다. 워크아웃과 기업회생 절차 등 한계기업에 자금을 투입하는 구조조정 펀드와의 컨소시엄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IB 업계 관계자는 “미정산된 700억원 이외에도 다른 대출 등에서도 부실이 발생하면서 회사로 투입해야 할 금액이 늘어나고 있다”며 “성사 가능성이 낮긴 하지만, 만약 진행된다면 구조조정 블라인드 펀드를 보유한 하우스와의 협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크로스파이낸스는 2017년 한국거래소 자회사인 코스콤과 무학의 자회사 스타뱅크가 설립한 기업이다. 최초 한국어음중개로 출발한 뒤 지난 2021년 금융위원회에 온투업체로 정식 등록하고 사명을 크로스파이낸스코리아로 변경했다.

현재 크로스파이낸스의 주주는 코스콤과 자동차·반도체·전자 부품 제조 기업 인지그룹이다. 인지그룹이 지분 40.40%(싸이맥스 29.92%, 인지디스플레이 5.24%, 유텍솔루션 5.24%), 코스콤이 33.52%를 보유하고 있다. 인지그룹은 지난 2019년 말 스타뱅크가 보유 중이던 크로스파이낸스 지분을 인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