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챗GPT 달리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꺼내든 ‘One Big Beautiful Bill Act(OBBBA·하나의 큰 아름다운 법안)’ 중 899조를 두고 서학개미(미국 주식 개인 투자자)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899조는 미국 기업에 부당한 과세를 매긴 국가의 국민에게 보복세를 물리는 것이 골자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현실화하면 미국 자산의 투자 매력이 줄어드는 요인이지만, 무역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4일 평가했다.

OBBBA 899조는 미국 국채·회사채 이자나 미국 상장기업의 배당을 받는 외국인이 속한 국가가 미국 기업에 ‘부당 과세’를 하고 있고, 이에 따라 미국이 그 국가를 ‘차별적 외국 국가’로 판단하면 투자자에게 기존 원천징수 세율을 5%포인트에서 10%포인트 인상해 부과하는 내용이다. 개선되지 않으면 매년 추가 세율이 오를 수 있다.

시장에선 이 조항이 유럽연합(EU)을 겨냥하고 있다고 본다. EU가 미국 빅테크를 상대로 문턱을 높여왔기 때문이다. 황 연구원은 “법안이 현실화하면 유럽 투자자 입장에서 미국 투자 매력이 줄어들 것”이라며 “가격 하락 우려로 이어져 다른 외국인뿐만 아니라 미국인도 미국 주식·채권 투자 매력이 감소할 수 있다”고 했다.

현재 OBBBA는 미국 하원을 1표 차로 통과했고, 상원의 심의를 받고 있다. OBBBA가 대규모 감세와 지출 확대 내용을 담고 있어 공화당 내부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법안 내용이 조정될 수 있다는 의미다.

황 연구원은 또 “(시행되더라도) 899조가 미국 빅테크에 불리한 법안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는 ‘협상 카드’에 그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미국이 원하는 외국의 빅테크 세금 폐지 등을 얻으면 미국 증시에 오히려 호재일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