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5월 27일 17시 37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코스닥시장 상장을 추진하는 연 매출 1700억원의 반도체 디자인 하우스 싸이닉솔루션으로 고평가 논란이 따라붙었다. 상장 후 몸값으로 연 매출에도 못 미치는 1100억원을 꺼냈지만, 기업가치 산정에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 1위 TSMC의 파트너사를 활용하면서다.
싸이닉솔루션과 비교기업인 TSMC 파트너사 간 실적 격차가 컸다는 점 때문에 단순 비교가 무리수라는 평가가 많다. 기업가치 산정에 직접 활용된 순이익의 경우 싸이닉솔루션의 순이익은 비교기업의 100분의 1에도 못 미쳤다. 비교기업이 마땅치 않았을 것이란 평가가 나오지만, 할인율마저 한 자릿수에 그쳤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싸이닉솔루션은 지난 26일 정정 증권신고서를 제출, 상장 후 시가총액으로 1109억원을 제시했다. 희망 공모가 범위(4000~4700원) 상단 기준 추정치로, 하단 기준 시총은 944억원으로 추산된다. 주관사는 대신증권이다.
공모 예정 주식은 350만주로 상장 예정 주식 2360만5000주의 15%로 책정했다. 내달 16일부터 20일까지 5거래일간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해 최종 공모가를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계획대로라면 6월 말 일반 투자자 청약을 거쳐 오는 7월 초 상장한다.
당장 회사는 SK하이닉스와의 연관성을 강점으로 꺼냈다. 반도체 디자인 하우스는 반도체 팹리스사의 시스템 반도체가 파운드리 공정의 특성에 꼭 맞게 양산될 수 있도록 돕는 게 핵심인데, 싸이닉솔루션은 SK하이닉스시스템IC의 파트너사로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싸이닉솔루션은 증권신고서에서 “대한민국 유일의 SK하이닉스시스템IC의 디자인하우스 파트너사”라면서 “SK하이닉스시스템IC 파운드리 공정을 사용해 시스템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고자 하는 반도체 팹리스 기업들을 주된 고객사로 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 싸이닉솔루션은 SK하이닉스시스템IC와의 협력으로 가파른 외형 성장을 이뤘다. SK하이닉스시스템IC의 중국 우시 공장 가동이 본격화한 2021년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섰고, 지난해 167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3년간 연평균 매출 증가율은 13%로 집계됐다.
다만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선 상장 후 시총이 지나치게 부풀려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매출을 기준으로 기업가치를 산정하는 방식인 주가매출비율(PSR)을 적용할 경우 싸이닉솔루션이 제시한 상장 후 시총이 PSR 0.7배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과 대조된다.
낮은 수익성이 고평가 논란의 핵심으로 꼽힌다. 1000억원 넘는 매출을 내는 싸이닉솔루션의 순전한 이익은 1% 수준에 그친다. 지난해 순이익률이 3% 수준으로 소폭 반등했지만, 이는 지난해 원화 약세에 따른 외환차익 효과가 컸던 것으로 파악됐다.
싸이닉솔루션의 올해 1분기 순이익률은 다시 1%대로 떨어졌다. 매출 314억원에 당기순이익이 4억원에 그쳤다. 특히 금융감독원이 지난 1분기 실적을 기업가치 산정에 반영하도록 요구, 지난해 온기 실적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면서 공모가 범위도 하향 조정됐다.
싸이닉솔루션과 대신증권이 몸값 산정 과정에서 택한 비교기업도 시장 참여자들의 고평가 지적을 부추겼다. TSMC의 반도체 디자인 파트너사인 알칩테크놀로지스와 글로벌유니칩 2곳만을 비교기업으로 채택, 이들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 30.39배를 적용해서다.
알칩테크놀로지스와 글로벌유니칩은 모두 대만 반도체 디자인 하우스로, 대만 시장에 상장해 있다. 무엇보다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1위인 TSMC가 최적화·보안 등 요소를 고려해 선정한 이른바 디자인 솔루션 얼라이언스사로 조 단위 시총을 자랑한다.
싸이닉솔루션은 지난해 2분기부터 4분기까지 순이익 36억원에 지난 1분기 4억원을 더한 40억원 순이익에 PER 30.3배를 적용, 평가 시총을 1677억원으로 제시했다. 지난 1분기 알칩테크놀로지 순이익은 639억원, 글로벌유니칩 순이익은 420억원으로 집계됐다.
회사는 할인율마저 낮췄다. 대만의 조 단위 시총 상장사를 비교기업으로 채택하고도, 평가 시총 대비 8.74% 할인만 적용했다. 2023년 이후 최근까지 코스닥시장 일반 상장사의 평가 시총 대비 최저 할인율 평균 23.42%에도 못 미치는 셈이다.
싸이닉솔루션과 대신증권이 비교기업 후보군에 올렸던 에이직랜드만 해도 지난 2023년 하반기 상장 추진 당시 평가 시총 대비 30.96~38.38%의 할인율을 적용했다. 에이직랜드는 알칩테크놀로지스와 글로벌유니칩과 같은 TSMC의 반도체 디자인 얼라이언스사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에이직랜드나 삼성전자 파운드리 디자인 솔루션 협력사 상당수가 순손실을 내면서 비교기업을 찾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이라면서도 “SK하이닉스시스템IC의 파운드리 점유율이 미미한 것을 고려하면 할인율이라도 높여야 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싸이닉솔루션이 공모 규모가 작은 만큼 최근 공모주 시장의 훈풍을 믿고 높은 몸값을 밀어붙였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공모주 시장은 분위기가 좋으면 수요가 쏠리는 경향이 있는데, 이달 신규 상장한 8개사의 공모가 대비 평균 수익률은 100%를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