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내달 13일 코리아 밸류업 지수 리밸런싱(재조정)을 앞두고 대대적인 종목 편출입을 단행했다. 105개였던 구성 종목이 100개로 줄어든 가운데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을 공시한 기업을 대거 신규 종목으로 편입했다.
아직 밸류업 공시를 하지 않아 편출 가능성이 제기됐던 삼성전자는 지수에 남았다. 다만 내년 리밸런싱부터는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공시 이행기업 중심으로 지수가 구성될 예정인 만큼 삼성전자의 공시 부담은 더 커졌다는 평가다. 또 삼성전자를 포함해 밸류업 지수 구성 종목 중 아직 밸류업 공시를 하지 않은 기업이 적지 않은 만큼 추가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7일 한국거래소는 밸류업 지수 정기변경 결과를 통해 현대로템, 크래프톤, JB금융지주 등 27종목을 새롭게 편입하고 이수페타시스, 현대해상, 오뚜기 등 32종목을 편출했다고 밝혔다.
거래소는 지난해 9월 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목표로 밸류업 지수를 발표했다. ▲시가총액 상위 400위 이내 ▲최근 2년 연속 적자 또는 2년 합산 손익 적자를 내지 않은 기업 ▲최근 2년 연속 배당 또는 자사주 소각 실시 ▲주가순자산비율(PBR·시가총액 ÷ 순자산) 순위가 전체 또는 산업군 내 50% 이내 등의 요건을 충족한 기업 가운데 산업군별 자기자본수익률(ROE) 순위가 높은 100개 기업이 지수에 편입됐다. 이후 종목 편입에 대한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자 같은 해 12월 5개 종목을 추가했다.
당시 거래소는 2025년 정기변경부터 밸류업 표창기업에 대한 특례편입을 적용하고, 밸류업 공시 이행 여부에 따라 지수 편입 시 인센티브 또는 패널티를 부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정기변경을 앞두고 밸류업 공시를 하지 않은 삼성전자가 빠질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하지만 거래소가 삼성전자를 밸류업 지수 구성 종목에서 제외하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코스피 시가총액 1등 기업이라는 시장 대표성을 무시할 수 없고, 밸류업 지수 내 시총 비중도 30%에 달해 편출 시 지수 신뢰성에 타격이 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올해 관세 우려와 실적 불확실성 등으로 사업 전략을 적극적으로 제시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고, 이미 지난해 10조원의 자사주 분할 매입 계획을 발표한 바 있어 추가적인 밸류업 계획을 내놓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SK하이닉스 등 다른 주요 대기업이 밸류업 공시를 마친 상황이기에 밸류업 공시를 더 미루긴 힘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 19일 거래소가 개최한 코스피 기업 밸류업 간담회에 참석하는 등 공시 이행 의지는 계속 보여주고 있다.
거래소가 이번 정기변경을 통해 기존 25%에서 61%로 밸류업 지수 내 공시기업 비중을 대폭 늘렸지만, 아직 삼성전자를 비롯해 LIG넥스원, 오리온, 클래시스 등 39개 종목이 밸류업 공시를 하지 않은 상태다.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 이후 지난 26일까지 밸류업 공시에 나선 상장사는 총 153곳으로, 전체 상장사(2762곳)와 비교하면 공시기업 비율은 5.5%에 불과하다.
공시기업 수가 늘어나게 되면 거래소가 선정할 종목의 폭이 넓어져 보다 안정적이고 균형 잡힌 지수 구성이 가능해진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존 인센티브에 더해 배당 분리과세, 주주환원 기업에 대한 법인세 감면 등 세제 지원을 통해 참여기업을 확대해야 밸류업 지수의 중장기 수익률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이날 밸류업 1주년 기념 세미나에 참석해 “현재 밸류업 참여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제도를 개선하고, 기업 스스로가 밸류업의 필요성과 가치를 체화할 필요가 있다”며 지원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이날 밸류업 지수 정기변경에서는 지난해 주주가치 훼손 논란이 있었던 고려아연과 이수페타시스가 편출됐다.
거래소 측은 “경영권 분쟁 중 유상증자를 통한 경영권 방어 논란이 있던 상장사와 본업과 관계없는 기업을 인수하고자 대규모 유상증자를 공시했던 상장사의 경우 주주가치 훼손 행위 관련 심사기준에 해당해 주가지수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편출을 결정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