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여의도 증권가. /뉴스1

대기업들이 비핵심 사업을 분리해 매각하는 ‘카브아웃(carve-out)’ 인수합병(M&A)이 늘어나며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PE)의 핵심 투자처로 자리 잡고 있다. 경기 침체 우려 속에 현금 확보에 나선 대기업들과 유동성 소진이 필요한 사모펀드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자본시장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대기업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이 본격화하면서 카브아웃 거래가 늘고 있고, 전반적인 M&A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PE의 역할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자본연에 따르면 국내에서 카브아웃 형태로 이뤄진 M&A는 2022년 8건, 2023년 10건에서 지난해 17건으로 급증했다. 작년에는 SKC의 폴리우레탄 원료 자회사인 SK피유코어, SK엔펄스의 파인 세라믹 사업, 태영그룹의 환경 자회사 에코비트 매각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들은 각각 글랜우드 PE, 한앤컴퍼니, IMM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에 매각됐다.

올해 들어서도 한앤컴퍼니는 SK엔펄스의 CMP패드 부문, SK그룹 계열 특수가스 기업 SK스페셜티 등을 연이어 인수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SK실트론, LG화학의 에스테틱 사업부 등도 향후 카브아웃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자본연 분석에 따르면 카브아웃 M&A는 주요 대기업이 경기 침체 우려에 유동성(현금)을 확보하고자 비핵심 사업영역 매각에 집중하면서 작년 크게 늘었다.

자본연은 국내 PE들이 여전히 미집행 약정액을 많이 보유하고 있어 대형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일부 PE는 1조원 이상 규모의 카브아웃 특화 펀드를 결성하는 등 대형화됐다.

카브아웃은 분리와 독립 과정에서 절차가 복잡하고 거래 난이도가 높은 편이지만, 저평가된 사업부를 인수해 비용 구조를 개선하고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전략으로 평가된다.

자본연은 “사업 재편이 필요한 대기업과 고수익 기회를 찾는 사모펀드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카브아웃 M&A가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도 증가하는 등 세계적인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PE가 저평가 사업부를 가치 제고 뒤 시장에 매각하는 생태계를 조성해 대기업 사업 재편 과정에서 주요 파트너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최근 금융당국이 홈플러스 사모펀드 매각 논란 이후 PE 제도 전반을 들여다보고 있는 만큼, 규제 환경 변화는 향후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