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상속인이 사망했을 때 연금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는 연금의 종류마다 계약 조건과 상속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연금은 단순히 본인의 노후를 위한 수단을 넘어, 사후 유족에게도 이어질 수 있는 중요한 자산이다. 계약 내용을 꼼꼼히 확인하고, 지정 수익자와 상속 조건 등을 가족과 미리 공유해 두면 불필요한 혼란과 손해를 줄일 수 있다.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을 포함한 연금저축계좌, 연금보험 등은 계약자가 사망하면 어떤 방식으로 상속이 가능할지 살펴보자.
◇국민연금은 유족연금, 반환 일시금으로
국민연금 가입자가 사망하면, 조건에 따라 유족에게 유족연금 또는 반환일시금이 지급된다. 유족연금을 받기 위해선 가입 기간 10년 이상, 전체 가입 기간의 3분의 1 이상 보험료 납부, 사망일 5년전부터 사망일까지의 기간 중 보험료 납부기간이 3년 이상 중 한 가지를 충족하면 된다. 수급 대상은 배우자(사실혼 포함), 25세 미만 또는 장애 2급 이상의 자녀, 60세 이상 부모, 손자녀, 조부모 등이다. 이때 유족연금 지급액은 가입 기간에 따라 기본연금액의 40~60%에 부양가족연금액이 더해진다.
만약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10년 미만이고, 보험료 납부 요건도 충족하지 못한 경우 유족연금 대신 반환 일시금이 지급된다. 반환 일시금은 납입한 보험료에 3년 만기 정기예금 이자율을 적용한 금액을 기준으로 산정된다. 유족연금이나 반환 일시금은 법정 수급권자의 고유 재산으로, 상속 재산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상속을 포기하거나 한정승인을 해도 관계없이 유족이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유족연금과 본인연금 중 선택해야
국민연금에서 유족연금을 받을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상속받으려는 사람이 이미 노령연금을 받고 있다면 유족연금과 본인연금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이는 국민연금법 제56조 ‘중복급여 조정’ 규정에 따른 것으로, 수급권자에게 두 가지 이상의 급여가 발생할 경우 하나만 지급하고 나머지는 정지된다. 다만 본인연금을 선택하더라도 유족연금의 30%는 추가로 지급된다. 즉, 수급자는 ‘유족연금 100% 수령’과 ‘본인연금 + 유족연금 30%’ 중 비교해 더 유리한 쪽을 선택할 수 있다.
수급자가 받는 유족연금은 처음 3년간은 소득과 무관하게 지급된다. 하지만 이후에는 출생 연도별로 정해진 나이(1953~1956년생은 56세, 1969년생 이후는 60세)가 될 때까지 소득이 일정 기준을 넘으면 연금 지급이 정지된다. 소득은 근로·사업소득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만약 배우자가 유족연금을 받다가 제3자와 재혼하거나 사실혼 관계를 맺으면 수급권이 소멸된다. 자녀 또는 손자녀가 수급자인 경우엔 소득과 관계없이 연금이 지급되지만, 자녀는 25세, 손자녀는 19세가 되는 시점부터 지급이 중단된다.
유족연금은 비과세 소득이며, 건강보험료 부과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수령을 위해서는 사망진단서, 가족관계증명서, 통장 사본 등을 준비해 국민연금공단에 직접 신청해야 하며, 수급권이 발생한 날부터 5년 이내 청구하지 않으면 소급 지급이 불가능하다. 가입자 사망 시 신청을 미루지 않아야 손해를 피할 수 있다.
◇연금저축·IRP·연금보험
연금저축과 개인형퇴직연금(IRP)은 계약자가 사망하면 해지 후 일시금으로 상속받거나, 계약을 승계해 연금 형태로 수령할 수 있다. 가입자 사망으로 인한 해지는 ‘부득이한 해지’로 인정돼, 일시금 수령 시에도 기타소득세(16.5%)가 아닌 연금소득세(3.3~5.5%)만 부과된다. 다만, 연금저축 계약의 승계는 유족 중 ‘배우자’만 가능하다. 배우자가 연금 형태로 수령하려면 계약자의 가입 기간이 5년 이상이고, 승계자의 나이가 만 55세 이상이어야 한다. 55세 미만인 경우에도 계좌를 승계할 수는 있지만, 당장 인출은 불가능하며 추가 적립은 가능하다. 이후 인출 시점에 따라 연금소득세가 부과되며, 연금 수령 한도를 초과하거나 중도 해지할 경우엔 기타소득세 16.5%가 적용된다.
연금보험은 생명보험사가 판매하는 상품으로, 10년 이상 유지 시 수령 시점에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수령 방식은 확정기간형, 종신형, 상속형 등으로 나뉘며, 상속 가능 여부는 방식에 따라 다르다. 확정형과 종신형의 경우 확정 기간 또는 보증 지급 기간 안에 사망한 때는 이미 지급하고 남은 재원이 유족에게 상속되고, 보증 지급 기간을 넘긴 경우는 상속되지 않는다. 상속형 연금은 지정한 수익자에게 원금이 상속된다.
◇주택연금은 계약 방식 따라
주택연금 가입 후 연금 수령 중 사망했다면, 배우자가 이를 이어받으려면 사망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승계(채무인수)’ 절차를 마쳐야 한다. 이 승계 절차는 계약 방식에 따라 다르게 진행된다.
먼저, 저당권 방식일 경우 배우자가 주택 소유권 100%를 확보해야 하며, 이를 위해 자녀 등 모든 상속인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런 동의 절차가 번거로울 수 있기 때문에, 주택연금에 가입할 때 ‘사전 채무 인수 약정’을 미리 체결해 두면 추후 절차가 간소화된다. 2021년 6월 도입된 신탁 방식 주택연금의 경우에는 소유주가 사망하면 공동상속인의 동의나 등기 절차 없이 배우자에게 연금이 자동 승계되는 장점이 있다.
주택연금을 승계한 배우자는 이후 상속세, 취득세, 재산세 등을 직접 과세 당국에 신고하고 납부해야 하며, 이는 저당권 방식과 신탁 방식 모두에 동일하게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