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주요 금융지주의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의 화두로 ‘감액 배당’이 떠올랐습니다. 우리금융지주가 지난달 감액 배당을 채택하기로 결정하자, 덩달아 다른 금융지주에도 감액 배당 도입에 대한 요구가 빗발치기 시작한 것입니다.
감액 배당은 쉽게 말해 ‘비과세 배당’으로, 배당소득세 15.4%를 떼지 않고 주주가 배당금을 온전히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밸류업 방안 중 하나로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더불어 배당과 이자로 연간 2000만원 이상을 벌면 최고 49.5%의 세율이 적용되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기업이 영업 활동으로 번 돈에서 남은 ‘이익잉여금’을 재원으로 사용하는 일반 배당과는 달리, 감액 배당은 ‘자본준비금’ 일부를 쓴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감액 배당은 기존 주주들이 낸 자본금을 되돌려주는 형태기 때문에 ‘자본 거래로 인한 소득’으로 잡혀 비과세가 적용됩니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달 감액 배당을 검토하긴 했으나,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천상영 신한금융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25일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연초 경쟁사에서 감액 배당 발표를 했을 때 가볍게 검토를 했었다”라며 “그러나 개인 투자자 외 법인 투자자나 외국인 투자자 등 투자자별 유불리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을 고려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24일 열린 KB금융지주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도 감액 배당 도입 여부를 묻는 질문이 나왔지만, KB금융은 선을 그었습니다. 나상록 KB금융 CFO는 “감액 배당 취지는 공감하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정책을 세우진 않고 있다”며 “추이나 시장 반응을 보면서 결정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감액 배당이 개인 투자자에겐 엄청난 메리트인 것은 확실합니다. 예컨대 올해 배당금이 100만원이라면 일반 배당 시 배당소득세를 뗀 실제 배당 수익은 84만6000원이 됩니다. 감액 배당을 적용하면 세금을 떼지 않아도 돼 100만원을 오롯이 받을 수 있는 셈이죠.
그러나 법인·외국인 투자자에겐 실익이 크지 않습니다. 법인 투자자의 경우 배당소득이 각 사업연도 소득에 포함돼 법인세로 과세되기 때문입니다. 감액 배당을 도입해도 법인세는 달라지지 않기 때문에 법인 투자자 입장에선 이득이 없는 것입니다. ‘큰손’ 외국인 투자자 대부분도 투자 목적의 특수목적법인(SPC) 등을 설립해 투자하기 때문에 실익이 없는 건 매한가지입니다.
뿐만 아닙니다. 주주 간 형평성 문제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굵직한 투자자들 대부분은 유상증자에 참여해 직접적인 자본 확충에 기여한 주주입니다. 그런데 이들의 투자금으로 형성된 자본준비금을 시장에서 주식을 사들인, 자본을 늘리는 데 기여하지 않은 주주들과 나눠 갖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자본금 확충에 실제 기여한 주주 입장에선 불만이 생길 여지가 크다”며 “법적 다툼이 생길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고 했습니다.
자본준비금을 계속 꺼내 쓰는 감액 배당 정책을 오랜 기간 지속하기 어렵고, 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금융지주들의 유보적인 입장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또다른 금융지주 관계자는 “감액 배당은 영속적이지 못하다. 누군가는 출자를 더 해 자본금을 메워야 하는 구조기 때문”이라며 “자본금이 줄어 건전성도 크게 위협받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