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그룹 계열사 주가가 올해 큰 폭으로 상승했지만, 정작 HD현대 주가는 하락했다. 계열사들의 주가 랠리 속에서 지주사는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이른바 ‘지주사 할인’ 문제가 다시 부각됐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1월2일~4월28일) HD현대그룹 상장사 주가는 일제히 상승했다. HD조선 3사는 각각 HD현대중공업이 38.96%, HD현대미포가 24.07%, HD한국조선해양이 16.89% 올랐다. HD현대에너지솔루션(43.56%)과 HD현대건설기계(14.92%), HD현대인프라코어(18%)의 주가 상승률도 두 자릿수에 달했다. 올해 코스피 지수가 6.08% 상승하는 사이 HD현대 계열사의 주가 상승률은 단연 돋보였다.
그런데 지주회사인 HD현대 주가는 오히려 2.27% 하락했다.
계열사의 주가 랠리에도 지주사 주가는 오히려 하락하자 국내 증시의 고질적인 ‘지주사 할인(디스카운팅)’ 문제가 드러났단 반응이 나왔다. 지주사 할인이란 계열사가 보유한 자산 가치에 비해 지주사 주가가 지나치게 낮은 현상을 말한다.
HD현대의 순자산가치(NAV) 대비 할인율은 69.5%로, 크게 저평가된 상태다. NAV 대비 할인율은 시가총액과 순자산가치 간의 차이를 보여주는 지표다. 할인율이 낮을수록 기업이 적정한 가치를 평가 받고 있다고 본다.
지주사 할인이 발생하는 원인은 모회사와 자회사가 모두 상장돼 있어 지분 가치가 ‘더블 카운팅(중복 계산)’되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에서 자회사 가치가 따로 평가되면서 모회사가 보유한 자회사 지분 가치는 시장에서 할인돼 반영된 것이다.
특히 HD현대는 HD한국조선해양과 HD현대사이트솔루션을 각각 조선과 건설기계 부문의 중간 지주사로 두는 ‘옥상옥(지붕 위에 지붕)’ 구조를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HD현대는 트리플 카운팅된 상태”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종렬 흥국증권 연구원은 “반복되는 자회사 중복 상장이 지주사 주가의 반등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최근 쪼개기 상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거부감이 커진 가운데 상장 이슈만 나와도 지주사 주가가 떨어지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HD현대는 2018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 계열사들을 연이어 상장시켰다. 지난해엔 HD현대마린솔루션이 상장했다.
HD현대가 90% 넘는 지분을 보유한 HD현대로보틱스가 다음 달 ‘물적분할 5년룰’에서 벗어나면서 주주들의 불안은 더 커지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물적분할한 신설 자회사를 5년 내 상장하는 경우 강화된 상장 심사 기준을 적용한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물적분할 기업들은 분할 5년 후 상장 채비에 나선다. 다만 HD현대 측은 “현재 HD현대로보틱스의 상장 계획은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당장 지배구조 개선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주주 환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배당 확대나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을 확대하면 지주사 주가가 재평가 받을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박 연구원은 “지주사 주가를 올리기 위해선 배당 수익률과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한 자사주 소각률을 합친 주주환원율을 높여야 한다”며 “쪼개기 상장 시에도 신주를 기존 주주에게 우선 배정하거나 자본 차액을 특별배당하는 식의 주주환원책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다양한 사업 부문을 보유한 지주사 투자의 근본적 한계란 의견도 나온다. 전우제 KB증권 연구원은 “HD현대와 같은 지주사의 경우, 모든 사업 부문의 실적이 동시에 좋아야 투자 매력이 있다”면서 “특정 사업 부문이 크게 성장할 때에는 굳이 지주사에 투자하기보다는 해당 자회사에 직접 투자하는 것이 수익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