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벤처스 로고.
임지훈 전 카카오 대표. /뉴스1

이 기사는 2025년 4월 15일 15시 39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신용협동조합(신협)중앙회의 첫 벤처캐피털(VC) 대상 출자 사업에 LB인베스트먼트와 아주IB투자가 선정된 가운데, 5년 만에 출자 사업에 도전한 카카오벤처스는 고배를 마셨다. 지원한 VC 중 수익률은 최상위권이었지만, 임지훈 전 카카오 대표와의 소송에 발목을 잡혔다.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신협중앙회는 출자 사업에 선정된 LB인베스트먼트와 아주IB투자에 각각 200억원씩 출자할 계획이다. 주목적 사업 분야는 혁신성장산업이다. 두 운용사는 오는 10월까지 펀드를 결성해야 한다.

지난 2월 시작한 신협 출자 사업에는 25곳에 달하는 VC가 지원했다. DSC인베스트먼트와 한국투자파트너스, 미래에셋벤처투자 등 대형 VC부터 캡스톤파트너스, HB인베스트먼트 등 중소형 VC들도 대거 몰렸다.

이 중 가장 이목을 끈 곳은 5년 만에 출자 사업에 도전한 카카오벤처스다. 카카오벤처스는 지난 2021년 이후 외부 출자를 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펀드를 만들어 왔다. 2020년 말 결성한 1044억원 규모의 ‘카카오그로스해킹펀드’가 마지막 외부 출자를 받은 펀드다.

다크호스로 떠올랐던 카카오벤처스는 1차 숏리스트(적격 후보)엔 이름을 올렸지만, 끝내 출자 운용사로 선정되지 못했다. 두나무와 시프트업 등 대박을 터뜨린 투자가 있어 수익률은 지원한 VC 가운데 최상위권이었지만, 임 전 대표와의 소송 리스크가 뼈아팠다.

카카오벤처스는 2021년 청산한 ‘케이큐브 1호 벤처조합’이 두나무 투자 성과로 100배 넘는 수익을 낸 데 더해 지난해에는 시프트업 투자금 회수에 힘입어 약 1000억원을 벌어들였다.

아쉬운 점은 신협의 VC 출자 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얼마 지나지 않아 카카오 측이 임 전 대표와 합의를 마쳤다는 점이다. 지난 2022년 3월 두나무 투자를 이끌며 카카오벤처스 성장을 이끈 임 전 대표는 약속된 성과급을 받지 못했다며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카카오벤처스를 상대로 589억원 규모의 소송을 제기했다.

임 전 대표는 1심에서 패소했지만 이에 불복해 항소했고, 항소심이 진행 중이었다. 2심 재판부는 지난 2월 13일 화해 권고를 내렸는데 양측이 2주간 이의제기를 하지 않아 지난달 7일 재판상 화해가 확정됐다.

업계에선 카카오벤처스가 임 전 대표와 빠르게 합의했다면 심사 결과가 바뀌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연기금이나 금융기관 같은 보수적인 출자자(LP) 입장에선 수익률이 높아도 명백한 위험이 있는 곳은 피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합의가 빨랐다면 결과가 바뀔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카카오벤처스는 임 전 대표와의 송사가 심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카카오벤처스 관계자는 “소송은 출자 사업 전부터 공개된 사안이며, 심사 과정에서 요구되는 정보는 성실히 소명했다”며 “해당 소송은 회사 운영 안정성 및 재무 건전성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지 않아 이를 출자 결과와 연결지어 해석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