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코스피가 5% 이상 급락할 때 국민연금을 포함한 연기금은 3년 2개월 만에 가장 큰 규모로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은 전날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4307억원어치 순매수(매수가 매도보다 많은 것)했다. 이는 2022년 1월 27일(1조2230억원) 이후 3년 2개월 만에 가장 큰 규모다. 7일은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역대 다섯째로 큰 금액을 순매도하면서 코스피가 5.57% 급락한 날이다. 8일도 연기금 등은 1132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최근 연기금 등은 8영업일 연속 1조3745억원어치 순매수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주가지수가 지금 당장은 하락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평균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전제로 자산 배분 계획에 따라 투자를 집행한다. 코스피 하락 때마다 국내 증시 구원 투수로 보일 만큼 연기금이 저점 매수를 하는 이유다. 증권 업계에서는 코스피가 하락하면서 줄어드는 국내 주식 비율을 유지하기 위한 기술적 매수로 해석하기도 한다.

한편 증권가에서는 연기금의 수급 모멘텀(계속 매수해 상승 가능성이 높음)이 평소 대비 강했을 때를 지수의 저점으로 보기도 한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연기금의 수급 모멘텀이 평소 대비 강했을 때가 지수의 저점이었다”며 “특히 코스피의 12개월 후행 주가순자산비율(PBR, 낮을수록 저평가)이 0.9 이하일 경우 적극적으로 매수하는 모습을 보여왔다”고 말했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도 “현재 코스피의 PBR은 0.79배로 역사적 저점”이라며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저점(0.83배)보다도 낮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