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오플로우의 웨어러블 인슐린 펌프 ‘이오패치’. /홈페이지 캡처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던 이오플로우가 개선기간 1년을 부여받았다. 당장은 상폐 위기를 면했지만, 미국 의료기기업체 인슐렛과의 소송 위험과 자금 부족에 따른 우려는 지속될 전망이다. 김재진 이오플로우 대표는 경영권 매각을 암시하며 정면 돌파에 나서는 모습이지만, 마땅한 타개책이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거래소는 2024년 재무제표에 대해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이오플로우에 대해 2026년 4월 10일까지 개선기간을 부여했다고 31일 밝혔다. 지난 28일 이오플로우가 상장폐지 관련 이의신청서를 제출한 데 따른 것이다. 개선기간 중에도 매매거래 정지 상태는 유지된다.

당장 상장폐지 위기는 면했지만,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수가 뾰족하지 않다는 게 문제다. 이오플로우의 외부 감사인인 한울회계법인은 회사가 미국 의료기기업체 인슐렛과 벌이고 있는 소송전과 관련해, 기업의 존속 여부를 불확실하게 하는 요소라고 지적됐다.

앞서 인슐렛은 이오플로우의 웨어러블 인슐린 펌프 ‘이오패치’가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해외 지적재산권 침해 및 부정경쟁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소송에서 배심원들은 인슐렛의 손을 들어줬고, 배심원 평결에 따라 이오플로우는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으로 인슐렛에 4억5200만달러(약 6630억원)를 지급하라는 결정을 받았다.

지난해 이오플로우의 연간 매출액은 50억원 안팎, 지난해 말 기준 자산총계는 600억원에 미치지 못했다. 만약 이번 판결이 확정돼 이오플로우가 배상금 6600억원을 회계상 부채로 계상하게 되면 완전 자본 잠식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한울회계법인은 “소송의 결과로 부담할 수 있는 부채를 재무제표에 계상하지 않은 상태”라며 “회사가 계속기업으로서 존속할지의 여부는 소송사건의 결과와 회사의 향후 자금조달 계획과 영업, 재무 등 경영개선계획의 성패에 따라 좌우되는 중요한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이오플로우는 “외부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보고서 의견거절을 받은 이유는 소송 배상금의 과다 위험과 소송 결과의 불확실성 때문”이라며 “회사는 거래정지 기간 동안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해 재무를 개선하고 항소심의 빠른 승소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결국 어떻게 자금을 조달하느냐가 핵심이지만, 이 역시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이미 외부 감사 ‘의견거절’이 나오기 전부터 기관 투자자들은 손해를 무릅쓰면서 전환청구권을 행사해 자금 회수에 나섰다. 170억원 규모로 발행된 3회차 전환사채(CB)에 대해 사채권자들은 지난달부터 4차례에 걸쳐 전환청구권을 행사했고, 전환사채 잔액은 10억원만 남았다.

김재진 이오플로우 대표는 경영권 매각 가능성을 암시한 상태다. 김 대표는 “대표이사의 가족이 매각한 주식으로 확보한 자금은 세금 및 회사 운영 자금으로 전액 사용했으며 지난해 구조조정을 통해 운영비를 절감하고 자산 매각을 통해 80억원을 확보했다”며 “신규 투자 유치 과정에서 대주주 변경을 동반한 변화도 적극적으로 수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개선기간이 부여됐다고 해도, 그 사이에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기업들의 수가 많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개선기간을 졸업해 상장폐지가 되지 않고 유지되는 비율이 낮지는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회사의 지속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는 없다”며 “개선기간이 종료되고 상장폐지를 면하더라도 수익성이 재차 떨어지고 주가 수익률이 부진한, 한계 기업화되는 패턴이 자주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