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3월 17일 15시 40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바이오 기업 오가이드사이언스의 투자사면서 상장 주관을 맡은 한국투자증권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재차 투자자 보호를 이유로 실적 추정 구체화 등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상장 후 시가총액을 조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부닥쳐서다.
일각에선 상장 연기 가능성에까지 무게를 싣고 있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의 상장 후 시총 추정치는 1400억원으로, 앞서 1600억원 몸값에 투자한 한국투자증권은 이미 손실권에 놓였다.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은 스스로 손실 규모를 키워야 하는 상황이 됐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오가노이드사이언스와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7일 금감원의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 이후 10일 넘게 제출 일정을 확정하지 못했다. 지난달 1차 정정 요구 당시 약 5일 만에 정정 사항을 확정, 기재 정정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것과 대조된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는 줄기세포를 배양해 인체 장기를 재현하는 오가노이드 기술을 개발하는 바이오 기업으로 2018년 설립됐다. 작년 3분기까지 94억6900만원의 손실을 냈지만, 2028년 순이익(259억원)을 추정해 상장 후 시총으로 1106억원에서 1366억원을 내세웠다.
금감원은 실적 추정의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국투자증권이 증권신고서에서 오가노이드 재생 치료제 ‘아톰(ATORM)-C’를 실적 개선의 핵심 지표로 제시, 내년부터 오가노이드사이언스의 매출이 급증할 것이라고 내다본 게 문제가 됐다.
금감원에 따르면 오가노이드사이언스와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중 아톰-C의 임상 2상 종료 후 본격 매출을 내다봤지만, 아직 임상 진행 허가도 받지 못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해 12월 자료 미비 등을 이유로 회사의 임상시험계획 승인신청을 반려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1차 정정 요구 당시 한국투자증권은 보수적인 가정을 적용해 2028년 추정 순이익을 기존 259억원에서 234억원으로 한차례 낮춰 잡았다. 동시에 주당 평가 가액도 2만7908원에서 2만5214원으로 낮아졌지만, 할인율을 높이면서 상장 후 시총 최대 1366억원이 유지됐다.
시장에선 한국투자증권이 딜레마에 처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실적 추정을 낮추면서도 할인율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정정을 진행했지만, 금감원의 정정 요구가 다시 나왔기 때문이다. 사실상 할인율 조정의 꼼수를 쓰지 말라는 경고성 정정 요구라는 평가다.
특히 금감원의 이번 2차 정정 요구는 한국투자증권이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오가노이드사이언스 수요예측을 시작한 날 이뤄졌다. 금감원은 통상 증권신고서 내용 보충·수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시 발행사·주관사와 물밑 조율을 진행하지만, 강경책을 꺼내 들었다.
문제는 상장 후 시총을 하향 조정하면 한국투자증권의 손실도 커지게 된다는 점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오가노이드사이언스의 상장 주관사이기 이전에 재무적 투자자(FI)로, 지난 2022년 4월 약 20억원을 들여 오가노이드사이언스 주식 6만2500주를 취득했다.
앞서 한국투자증권은 오가노이드사이언스 기업가치를 1600억원으로 평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주당 취득가액은 3만2000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주당 평가 가액에 할인율을 적용한 희망 공모가 범위(1만7000원~2만1000원) 상단과 비교해도 34% 넘는 손실을 보는 셈이다.
업계에선 한국투자증권이 오가노이드사이언스에 상장 시점 연기를 제안할 가능성도 크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김성환 대표 주도로 IPO 담당 부서의 수익성 제고를 추진하고 있는데, 상장 주관이 되려 수익성 악화로 치닫게 됐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 "IPO 수익성 높여라"… 스타트업 투자본부로 변한 한국투자證 IB1본부)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금감원은 한국투자증권이 오가노이드사이언스 투자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실적 추정을 부풀린 것은 아닌가 하는 점까지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실적 추정이 구체화하는 시점으로 상장을 미루는 것이 방법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