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경./뉴스1

국내 주식시장 밸류업 정책을 추진하는 금융 당국이 상장폐지 요건을 강화해 부실기업 퇴출에 속도를 높이는 가운데 기업이 주식시장에 입성하는 문턱도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가 전보다 엄격한 잣대로 상장 심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1월 1일~3월 10일) 상장예비심사를 철회한 기업은 12곳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상장예비심사를 철회한 기업은 5곳이었다.

코스닥시장에서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 상장을 계획한 에코프로비엠을 비롯해 영구크린, 비젼사이언스, 레메디, 레드엔비아, 아른, 영광와이케이엠씨, 엠틱스바이오, 에이모, 메를로랩 등이 예비심사를 자진 철회했다. 올해 5월 인적분할과 재상장을 계획했던 빙그레도 돌연 계획을 철회했다.

업계에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고 밸류업 정책을 추진하는 금융 당국이 상장 심사 단계부터 문턱을 높이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외부 투자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는 기업은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한다. 심사를 통해 주식시장에 입성할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승인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되면 기업들이 스스로 예비심사를 철회하는 경우가 많다.

금융 당국이 주식시장에서 부실 기업의 퇴출 요건을 강화한 것도 기업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유가증권시장 퇴출 요건은 기존 매출 50억원 미만에서 300억원 미만으로, 코스닥 퇴출 요건을 30억원 미만에서 100억원 미만으로 강화됐다.

예를 들어 상장을 검토했던 항진균제 혁신 신약 개발사 엠틱스바이오의 연간 매출은 1400만원에 불과하다. 상장하자마자 퇴출되지 않으려면 일단 몸집부터 키우고 상장 절차를 밟아야 하는 상황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존 기술특례 상장을 통해 주식시장에 입성한 상장사 중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발생하면서 예비심사가 까다로워진 부분이 있다”며 “흑자를 달성한 뒤 예비심사를 받는 게 낫다고 판단하는 기업이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해 한국거래소로부터 상장예비심사 승인을 받은 기업 역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지난해 3월 초까지 상장예비심사 승인을 받은 기업은 22개였는데, 올해는 11개에 불과하다. 올해 국내 증시에 상장한 기업 수는 18개(스팩 포함)로, 지난해 23개보다 적었다.

이와 관련해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연말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한 기업이 많아 상장예비심사를 철회하는 회사 숫자도 늘어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어느 시점이든 상장예비심사를 충실히 보고 있다”며 “어떤 경향성을 갖고 심사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