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년간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담보가 없는 혁신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주요 시중은행의 기술신용대출이 15조원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은행권은 대기업 대출을 늘리고 중소기업 대출은 줄였는데, 이런 여파가 기술신용대출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11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중소기업 기술을 담보로 취급한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올해 1월 말 기준 157조3902억원이었다. 이는 전년 동기(172조1738억원) 대비 14조7836억원(8.59%) 줄어든 금액이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이 34조9744억원에서 28조5130억원으로 18.47% 줄었다. 국민은행은 전체 은행권 중에서도 가장 큰 폭의 감소를 보였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은 43조원에서 42조4881억원으로, 하나은행은 38조619억원에서 34조2459억원으로, 우리은행은 35조1150억원에서 32조4557억원으로, 농협은행은 21조225억원에서 19조6785억원으로 각각 줄었다.
대출 건수도 지난해 1월 42만4445건에서 올해 1월 36만8514건으로 13.18% 감소했다. 같은 기간 기업은행 기술신용대출은 104조332억원에서 116조2205억원으로 12조1873억원 늘었다. 5대 은행에서 줄어든 기술신용대출을 대부분 기업은행이 흡수한 것이다.
기술금융이란 기술 기업의 기술력을 평가해 대출 한도를 늘려주거나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제도다. 주로 담보가 부족한 초기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이 이용한다. 대출을 신청하면 은행은 기술신용평가사(TCB)에 기술신용평가를 의뢰하고 결과를 참고해 대출을 실행한다.
시중은행들은 TCB 기준이 높아진 점을 기술신용대출 감소 원인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금융 당국은 지난해 7월부터 TCB 심사 기준을 강화하고 평가 방식도 질적 성장 중심으로 개편했다. 그동안 은행들이 기술신용대출 실적을 늘리기 위해 비기술 기업에도 대출을 내준 데 따른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술금융대출의 경우 기술력만 중심으로 신용대출을 해주는 제도기 때문에 경기 변동성이 커지면 전체 규모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만 똑같이 강화된 TCB 기준을 적용한 기업은행은 오히려 기술신용대출이 늘었다는 점에서 심사 강화만 원인으로 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에 소극적으로 나섰던 것이 주된 원인이란 지적이 금융권에서 나온다. 금융 당국은 2014년 제도 도입 이후 매해 은행권의 기술신용대출 실적을 평가했으나, 지난해엔 전년도 실적 평가를 진행하지 않았다. 금융 당국이 평가를 건너뛰자 은행권이 심사 강화를 핑계로 대출을 줄였다는 것이다. 금융 당국은 은행권 실적을 다시 평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