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정부의 비급여·실손보험 개혁안 철회를 요구하는 내용의 토론회를 의료계와 공동 개최한다. 건강보험 재정 악화와 실손보험 적자 누적 등으로 의료 개혁 목소리가 비등한데, 민주당 최고위원이 의료계의 일방적 목소리를 대변하는 토론회를 개최하는 것이다.
10일 국회와 보험업계에 따르면 전 최고위원과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오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부의 비급여 관리 및 실손보험 개혁 방안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한다. 이날 토론회엔 의협 보험이사인 이봉근 한양대 정형외과교실 교수가 ‘정부 실손의료보험 개혁 방안의 문제점’을 주제로, 장성환 법무법인 담헌 대표 변호사가 ‘실손의료보험 개혁의 위법성’을 주제로 각각 발표에 나선다.
의협은 지난 1월 정부가 실손보험 개혁안을 발표하자 ‘실손보험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정부 개혁안의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의협은 정부 개혁안이 시행될 경우 “국민 의료비를 증가시키고 의료 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실손보험 개혁안으로 환자들이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개혁안은 경증 환자의 의료비 자기부담률을 대폭 상향한 5세대 실손보험 도입이 골자다. 정부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를 ‘중증’과 ‘비중증’으로 나누고, 중증 비급여만 보장하기로 했다. 비중증은 보장 한도를 5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축소하고 자기부담률을 30%에서 50%로 높인다. 병원에 다녀오면 실손보험 혜택이 줄어 부담해야 할 병원비가 늘어난다는 뜻이다.
정부는 또 비급여 진료를 ‘관리급여’로 새로 분류해 건보 체계 안에서 관리하는 방안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리급여 항목엔 도수치료, 체외충격파, 증식치료 등 반복적인 통증치료가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4세대 실손 가입자의 경우 10만원 도수치료를 받으면 3만원만 본인이 부담했다. 5세대 실손보험 체계에선 건보(5000원), 실손(4750원) 부담을 제외하고 9만원 가량을 본인이 내야 한다.
그동안 건보 재정 악화와 실손보험 적자 누적에 따라 관련 제도 개선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의료계 과잉 진료와 소비자의 무분별한 의료 쇼핑으로 실손보험은 매년 2조원 안팎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재 1~4세대 실손보험의 손해율은 모두 100%를 웃돌고 있다. 2021년 7월 출시된 4세대 실손보험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 손해율 131.4%를 기록했고, 3세대 실손보험 손해율도 같은 기간 149.5%에 달한다.
건보 재정도 계속 악화하고 있다. 지난해 건강보험 보험료 수입은 83조9520억원, 보험급여비는 95조2530억원으로 차액인 보험료 수지는 11조301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보험료 수지 적자는 2023년(7조2781억원)보다 55%(4조229억원) 늘었다. 금융권에선 과잉 진료와 의료 쇼핑이라는 도덕적 해이를 줄이고, 다수의 의료 소비자에게 비용이 전가되는 폐단을 막기 위해서라도 실손보험 개혁이 시급하단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부와 금융권에선 당내 친명(친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전 최고위원이 의료계 목소리를 대변하는 토론회를 개최할 경우 개혁안 동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실손보험 개혁 등 의료개혁이 탄핵 정국으로 좌초 위기에 놓였다가 다시 추진되고 있는데, 민주당이 의료계 손을 들어줄까 우려스럽다”며 “정치 일정에 따라 어렵게 만든 개혁안이 무산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