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최근 금융 당국이 요청한 가계대출 월별 관리뿐 아니라 자체적으로 일별 관리도 시작했다. 비대면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의 경우 영업 시작과 동시에 빠르게 일별 목표치가 소진되는 현상도 발생하면서 연초부터 ‘대출 셧다운’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지난달 27일 가계부채 관련 브리핑에서 은행권 가계대출 목표치는 지난해보다 1~2%대 정도로 증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은행들은 가계대출 목표치가 1%대 증가 수준에 그칠 경우 지금처럼 소극적인 대출 영업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미 금융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기조가 올해에도 이어지면서, 은행들은 지난해 당국이 요구한 ‘월별 가계대출 관리’에 들어간 상황이었다. 연초부터 적극적인 대출 영업을 하지 못한 이유다.
실제로 은행들은 월별을 넘어 자체적으로 일별 가계대출 목표치를 관리하고 있다. 하나은행의 비대면 주담대 상품인 ‘하나원큐주택담보대출’ 신청 접수는 최근 오전 9시에 영업이 시작됨과 동시에 한도가 마감되고 있다. 하나은행은 비대면 상품인 해당 대출에 일별 판매 한도를 두고 있다. iM뱅크의 비대면 주력 상품인 ‘iM주택담보대출’ 역시 일별 접수 가능 건수 제한 두고 있는데, 영업이 시작하자마자 동나는 경우가 잦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비대면 상품의 경우 더는 대출이 나가면 안 될 것 같을 때 제어가 되지 않기 때문에 한도를 더 적게, 빡빡하게 잡을 수밖에 없다”며 “오프라인 대출은 비대면처럼 오픈런 해도 받을 수 없는 수준은 아닌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은행들은 예년처럼 대출 금리를 내려서 영업에 드라이브를 거는 방식을 선택하지 않고 있다. 우리은행이 지난달 28일부터 주담대 5년 변동(주기형) 상품의 가산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지만,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우리은행의 가계대출 평균 금리가 1.13%포인트나 올라 5%대를 기록한 것을 고려했을 때 다른 은행과 금리를 맞추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지난해부터 억눌려왔던 주담대 수요가 연초에 몰리다 보면 지난해처럼 가계대출 목표치가 빨리 동날 수 있어 은행들은 경계 중이다. 금융 당국이 가계대출 목표치보다 늘어난 은행에 페널티를 주는 등 가계대출 관리를 계속 강화해 왔고, 금융위 역시 ‘대출절벽’ 사태를 막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 당국이 말한 1~2% 가계대출 목표치 증가 수준은 많이 늘어난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공격적으로 하기에는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다”며 “연말에 갑자기 영업을 거의 하지 못하는 지난해와 같은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에 연초부터 조절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