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불을 댕긴 ‘관세 전쟁’이 수그러들기는커녕 확전 양상으로 번지면서 미국과 한국, 일본 등 글로벌 증시가 급락했다. AI(인공지능) 반도체 대표 기업인 엔비디아의 실적 둔화 우려도 증시 폭락에 기름을 부었다.
28일 코스피는 3.4% 급락해 2530대로 밀려났다. 일본 닛케이평균도 2.9% 하락했다. 전날 미국 나스닥지수는 올 들어 가장 큰 폭으로 하락(-2.8%)했다. 트럼프의 관세 위협이 미국 경제를 약하게 하고,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것이란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3월 4일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25% 관세 부과 방침을 재확인하며, 유럽연합에서 수입되는 제품에 대해서도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27일 밝혔다. 또 지난 2월 4일부터 10%포인트의 추가 관세를 매긴 중국에 4일부터 10%포인트의 관세를 더 얹겠다고 했다. 미국은 중국 기업이 한국을 통해 미국으로 우회 수출하는 중국산 알루미늄 연선·케이블에 대해서도 반덤핑관세 52.7%, 상계관세 33.44%를 부과하는 조치를 내렸다. 이에 맞서 중국 상무부는 28일 “중국은 합법적 권익을 수호하기 위해 모든 필요한 보복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맞불 대응에 나섰다.
미국·중국·유럽연합 등 글로벌 빅3 경제권이 모두 관세 전쟁 소용돌이에 말려 들어가는 모습에, 안전 자산에 돈이 몰려 달러화가 강세를 보였다. 이날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20.4원 오른 1463.4원을 기록(오후 3시 30분 기준)했다. 나흘 연속 상승했고, 지난 2월 3일(1467.2원) 이후 약 한 달 만의 최고치였다. 주요 6국 통화에 대한 미국 달러의 평균 가치인 달러인덱스는 이날 107.4로 지난 13일 이후 최고치다.
엄포로 끝날 줄 알았던 트럼프 관세 전쟁이 격화되면서 ‘트럼프 트레이드(트럼프 정책의 수혜 자산에 투자하는 것)’로 비트코인처럼 값이 올랐던 자산의 거품이 꺼지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은 트럼프 당선 직후부터 취임 직전까지 49% 폭등했지만, 취임식 이후 21% 폭락하며 28일에는 8만달러 선이 무너졌다.
미국 증시의 주요 지수도 트럼프 당선 이후의 상승분을 반납하고 있다. 보호무역으로 혜택을 입을 것으로 예상됐던 미국 중소기업 중심의 러셀 2000 지수는 트럼프 당선 전보다 오히려 5% 이상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