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빌딩. /전기병 기자

A사의 회계팀은 산하 계열사의 실적 자료를 받았다. A사와 계열사를 모두 합친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전년보다 70% 감소한 충격적인 실적이었다. 이 정보는 아직 주식시장에 공개되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A사의 최대주주는 이 내용을 미리 파악했고, 자신이 지배하는 법인이 보유한 A사 주식을 매도했다. 주가가 크게 떨어질 것을 예상했기 때문이다.

상장기업들이 1년 동안의 경영성과를 정리하고 회계감사를 받는 결산시즌을 앞두고, 금감원은 이런 불공정거래행위에 유의할 것을 경고했다.

24일 금감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적발·조치한 미공개정보 이용, 시세조종, 부정거래 등 3대 불공정거래행위 사건 169건 중 결산 정보 관련 사건은 총 21건으로 집계됐다.

금감원 분석 결과, 21건 중 81%(17건)는 이러한 결산 정보를 미리 입수한 내부자들이 주식을 매매해 이득을 취한 사례였다. 예컨대 회사 실적이 크게 나빠졌다는 정보를 미리 알고 주식을 팔아치우거나, 깨끗한 감사의견을 받을 것이란 정보를 듣고 미리 주식을 매수한 경우다.

혐의자 66명 중 65%가 대주주(14명)와 임원(25명) 등 회사 내부자였으며, 이들 대부분은 검찰에 고발됐다. 불공정거래가 적발된 18개 기업의 특징을 보면 자본금 200억원 미만 소규모 기업이 11개사로 대다수였다.

금감원은 “올해는 경기 침체로 기업 실적이 나빠지고 감사 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며 “결산 정보를 이용한 불공정거래를 집중 감시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상장사 임직원·대주주 등은 결산시기 주식 거래에 유의할 필요가 있고, 투자자들은 결산시기 허위 정보를 조심하시고, 불공정거래에 연루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또, “적극적인 제보가 자본시장 불공정거래를 예방할 수 있다”며 불공정거래 제보를 독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