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연체율이 증가한 은행 수가 지난해 10개를 넘어섰다. 은행 최고경영자(CEO)인 은행장들도 금융감독원장과 만나 연체율 고민을 털어놓을 정도로 이를 주요한 문제로 인식하는 중이다. 올해 경기 침체로 상황이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은행은 기업대출 자산을 재편하며 건전성 관리의 고삐를 조일 계획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경영실적을 발표한 은행 13개 중 1년 새 대출 연체율이 증가한 곳은 11개다.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과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부터 지방은행까지 고루 연체율이 늘어났다. 연체율 증가 폭이 가장 큰 곳은 기업은행과 제주은행으로 2023년 말 대비 2024년 말 각각 0.20%포인트 늘어났다. 이 기간 국내 은행 전체의 연체율은 0.38%에서 0.44%로 0.06%포인트 증가했다.
은행은 경영진 차원에서 연체율 문제를 주요한 화두로 바라보고 있다. 지난 19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은행장 간담회에서도 해당 사안이 거론됐다. 이날 간담회엔 20개 은행의 은행장들이 참석해 이 원장과 현안을 논의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일부 은행장들이 비공개 담화 중 이 원장에게 연체율 상승을 언급하며 올해 건전성 관리에 대한 걱정을 토로했다”고 전했다.
올해 경기 전망은 은행의 고민을 더욱 키우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이달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엔 “우리 경제는 소비·건설 투자 등 내수 회복이 지연되고 취약부문 중심 고용 애로가 지속되고 있다”는 평가가 담겼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내수 부진 우려를 제기했다. 내수 경기가 흐리면 중소기업 및 개인사업자 대출 중심으로 연체가 늘어날 가능성이 커진다.
은행들은 올해 대출 전체 규모를 무리하게 늘리기보다 건전성 관리에 집중할 계획이다. 시중은행은 기업대출을 중점적으로 재편할 방침이다. 대출 채권 회수가 보장되는 기업엔 대출을 내주되 부실이 우려되는 기업엔 신규 대출 혹은 만기 연장 문턱을 높이는 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체 대출 자산을 갑자기 줄일 수는 없다”며 “총량은 그대로 가져가되 우량 기업 및 우량 담보 대출 비중을 점차 늘리는 방법으로 리밸런싱(재편)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업 권역이 제한된 지방은행은 기업대출 비중을 줄일 방침이다. 비수도권 지역 경제부터 빠르게 가라앉으면서 지방 기업들의 대출 상환 능력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반면 가계대출 측면에선 시중은행과 비교해 영업 여력이 남아 이를 공략할 계획이다. 금융 당국은 올해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율을 3.8% 이내에서 관리하겠다고 못 박으면서도 지방은행엔 일부 완화를 허용했다.
권재중 BNK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6일 실적 발표에서 “중소기업 위주의 대출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이 필요하다”며 “개인 고객을 적극적으로 유치해 대출 비중을 7(가계) 대 3(기업)으로 설정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