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2월 18일 16시 28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유진그룹의 로봇·물류자동화 사업 계열사 티엑스알(TXR)로보틱스가 코스닥 상장 과정에서 기업가치 평가 방법으로 주가매출비율(PSR)을 택해 고평가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상장한 두산로보틱스나 엔젤로보틱스 등은 주가수익비율(PER)을 통해 기업가치를 산정했기 때문이다.
최근 로봇주에 대한 투자 심리가 좋아 무난하게 상장할 수도 있지만, 상장에 임박해 로봇주 투심이 급격히 꺾일 경우 투자자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TXR로보틱스는 오는 26일부터 내달 5일까지 기업공개(IPO)를 위한 기관 투자자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희망 공모가는 1만1500~1만3500원이다. 공모가 범위 상단 기준 몸값은 2088억원, 공모 규모는 415억원이다. 상장 주관사는 NH투자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이다.
2000억원 몸값의 배경은 TXR로보틱스가 기업가치 평가 방식으로 PSR을 활용한 덕이다. PSR은 기업 주가가 주당 매출(SPS)의 몇 배인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당장 이익은 내지 못하고 있지만, 매출이 급성장하는 기업들이 주로 쓰는 방법이다.
TXR로보틱스는 로봇과 물류 부문으로 나눠 기업가치를 산정했다. 로봇 사업 비교 기업으로 유일로보틱스, 로보티즈, 뉴로메카를 꼽았고, 물류 사업으로는 코닉오토메이션과 현대무벡스를 골랐다.
로봇 사업 가치는 연환산 매출 183억원에 비교 기업 PSR 평균 12.56를, 물류 사업 가치는 매출 368억원에 비교 기업 PSR 평균 1.48를 곱해 산출했다. 두 가치를 더한 뒤 36.53% ~ 25.49%의 할인율을 적용해 최종 공모가를 산정했다.
문제는 앞서 상장한 로봇 기업인 두산로보틱스와 엔젤로보틱스, 케이엔알시스템 등은 기업가치 산정에 주가수익비율(PER) 방식을 활용했단 점이다. 이 때문에 TXR로보틱스가 몸값을 부풀리기 위해 PSR 방식을 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TXR로보틱스가 같은 비교 기업으로 PER 방식을 통해 기업가치를 매기면 500억원 수준이다. 5개 기업의 평균 PER은 27.4배다. 여기에 TXR로보틱스의 연환산 순이익 18억원을 곱하면 515억원이 도출된다. 이마저도 할인율을 적용하면 기업가치는 더 낮아진다.
PSR 방식을 통한 기업가치 산정은 이익을 고려하지 않는 탓에 늘 고평가 논란이 따라온다. 지난해 PSR로 상장한 미트박스글로벌, 닷밀, 그리드위즈 등의 주가가 공모가 아래로 떨어진 점도 부담이다. (관련 기사☞매출로만 공모가 산출했더니 상장 후 내리꽂아… PSR 평가 방식이 최악)
다만 최근 로봇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TXR로보틱스 몸값이 비싸지 않게 됐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기준 주가 산정 시점을 한 달만 미루면 PER 방식을 활용해도 TXR로보틱스 몸값이 3000억원을 뛰어넘는다. PSR 방식을 쓰면 6400억까지 치솟는다. 물론 로봇주 주가가 급히 오른 만큼 하락 가능성도 충분하다.
자동유도로봇(AGV)과 자율주행로봇(AMR) 등을 제조하는 TXR로보틱스의 최근 3년(2021~2023년) 연평균 성장률(CAGR)은 74%다. 2024년 3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41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3% 증가했다.
현재 TXR로보틱스의 최대주주는 50.4%의 지분을 보유한 유진로지스틱스다. 나머지 22%는 유진PE가 인수 목적으로 세운 로지테크홀딩스에 속해 있다. 유진기업은 유진로지스틱스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