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55)씨는 올해 1월 돌아가신 어머니 소유 단독주택을 상속받으려다 난감해졌다. 올해 국세청 훈령이 개정돼 공시 가격과 시가 차이가 큰 단독주택은 감정 가액으로 평가하는 게 안전하다고 세무 대리인이 안내했기 때문이다. 이 주택은 서울 외곽 재개발 초기 진행 지역으로 이제 막 정비 구역으로 지정됐다. 공시 가격은 6억원, 감정평가 금액은 약 14억원이다. 이렇게 계산해 보니 공시 가격으로 평가했을 때 상속세가 873만원, 감정 가액으로 평가했을 때는 2억원으로 기준에 따라 차이가 컸다.
국세청은 올해 1월 1일 ‘상속세 및 증여세 사무 처리 규정’을 개정해 공포·시행했다. 내용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상속세와 증여세의 감정 평가 사업 대상과 선정 기준이 강화됐다는 것이다. 바뀐 내용과 유의해야 할 점을 살펴보자.
◇감정평가 대상 전체 부동산으로 확대
바뀐 개정안의 가장 큰 차이는 감정평가 대상이 주거용 부동산으로 확대됐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이른바 ‘꼬마 빌딩’ 등 비주거용 부동산에 한정됐다. 결국 전체 부동산이 감정평가 대상이 되는 것이다. 종전에도 아파트나 오피스텔은 단지 내에 규격화된 동일 평형의 최근 6개월 이내 실거래 가액이 있으면 이를 상속·증여 재산 평가에 사실상 의무적으로 활용했다. 특히 아파트는 최근 실거래 가액이 없더라도 KB부동산 등 시세 제공 업체가 고시한 가격을 시가로 인정했다. 그러나 단독주택이나 다가구주택은 실거래 가액이나 객관적인 시세를 제공받을 수 없어 그동안 공시 가격으로 상속세 등을 신고해도, 국세청은 이를 보충적 평가 방법으로 인정했다. 이번 개정안은 이런 방법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본 것이다. 동일한 주거용 부동산인데, 아파트는 시가로 평가하고 단독주택 등은 공시 가격 등으로 평가하게 되기 때문이다.
작년까지는 공시 가격 등으로 신고한 가액이 국세청이 산정한 추정 시가보다 10억원 이상 낮거나, 차액 비율이 10% 이상이면 감정평가 대상이 됐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이 기준이 5억원, 차액 비율이 10%로 더 엄격해졌다. 단독주택, 다가구주택뿐 아니라 빌딩, 상가, 토지 등 부동산 대부분이 공시 가격과 시가가 10% 이상 차이 나는 현실을 감안하면, 감정평가 대상이 대폭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토지나 근린 생활 시설 등은 공시 가격이 시세의 20~50%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많아 감정 가액으로 평가하면 상속세 부담이 대폭 커질 전망이다.
◇애매한 규정에 납세자 혼란
세법상 부동산에 대해 공시 가격과 시가 차이가 클 경우 반드시 감정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으로 추징을 할 수도 있게 돼 일선 현장에서는 혼란이 생겼다. 납세자로서는 시세가 명확하지 않은 부동산에 대해 공시 가격과 시가가 5억원 또는 10% 이상 차이가 나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일부러 돈을 들여 건건이 감정평가를 받아야 하는지 알기 어렵다. 또 상속받은 부동산이 여러 건일 때, 어떤 지번은 감정 가액으로 평가하고 또 다른 지번은 공시 가격으로 평가해 섞어서 신고해도 되는지도 확실하지 않다. 의뢰하는 감정평가 기관마다 평가 금액이 다르고, 의뢰하는 세무 대리인마다 평가 방법에 대하여 각자 다르게 안내하는 경우도 많다.
◇상속세 얼마나 증가할까
특히 토지는 공시 가격과 감정 가액의 차이가 큰 경우가 많다. 작년에 상속세를 신고한 고모씨 사례를 보면, 제주도에 홀로 계신 어머니가 사망하여 물려주신 감귤 과수원의 공시 가격은 15억원, 감정 가액은 50억원이었다. 공시 가격으로 평가하면 상속세가 2억3000만원이나, 감정 가액은 상속세가 무려 17억3000만원이었다. 고씨는 결국 감정 가액으로 상속세를 신고하였다. 상속 부동산 평가 방법이 공시 가격에서 감정 가액으로 바뀌면 결국 상속세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경우가 많다.
만약 공시 가격과 시세 차이가 큰 부동산을 상속받아 유족이 처분할 예정이라면 오히려 감정평가를 받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당장은 상속세가 부담 되지만 나중에 부동산을 처분할 때 취득 가액, 즉 상속받은 가액이 높아 양도 차익이 줄어 양도소득세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부동산 가격이 계속 상승한다는 전제이고, 향후 상속받은 부동산 가격이 감정 가액 이하로 하락하면 오히려 불리하다.
◇높아진 상속세 대응 방안
상속세를 대비하려면 생전에 10년 이상의 장기 구상으로 준비해야 한다. 상속 재산이 부동산에 편중되어 있을 경우엔 납세 자금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리미리 일부 재산을 증여하여 증여 공제 적용과 저율의 증여세 납부로 상속 재산에서 제외해야 한다. 또한 사전 증여 재산은 상속 개시일 직전 10년간 상속 재산에 합산되기 때문에 자녀에게 증여했다면 건강 관리를 잘해 10년간 오래오래 사는 것이 절세 방법이다. 생전에 부동산을 일부 처분해서 상속세를 납부할 금융 재산을 마련해 놓거나, 부부 교차 종신보험, 자녀가 부모를 피보험자로 하는 종신보험에 가입해 상속이 발생했을 때 사망 보험금이 지급되도록 설계하는 것도 보험을 활용하는 좋은 방법이다. 유족들이 내야 할 상속세가 부담스럽다면 연부 연납 제도를 신청하는 것도 좋다. 연부 연납이란 할부로 상속세를 내는 것으로, 현행 이자율은 3.5%이며 최장 10년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