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에 위치한 농협중앙회 본관. /조선DB
그래픽=손민균

농협금융지주와 농협은행이 지난해 농업지원사업비(농지비) 및 배당으로 대주주인 농협중앙회에 1조5000억원을 지급했다. 금융 당국이 농협금융에 대한 정기검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자본력이 최저 수준임에도 중앙회에 거액 배당을 한다고 지적했지만, 이런 배당 관행이 지속됐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은 지난해 실적을 기준으로 중앙회에 농지비 6111억원을 지급했다. 전년 대비 24% 늘어난 금액이다. 농지비는 농촌을 지원하고자 중앙회가 농협 명칭을 사용하는 계열사에 명칭 사용료 명목으로 부과하는 금액이다. 농협금융을 비롯한 계열사들은 중앙회에 매년 매출액 혹은 영업수익의 2.5%가량을 농지비로 지급한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실적 기준 8900억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배당률은 37.33%에 달한다. 농협은행의 배당은 농협금융을 통해 대주주인 중앙회로 들어간다. 농협은행의 배당 규모는 2021년 7400억원, 2022년 8650억원, 2023년 8700억원으로 매해 증가 추세다. 농협금융이 농협중앙회에 지급하는 농지비와 배당금은 총 1조5011억원에 달한다.

금감원은 지난해 실시한 농협금융 정기검사 결과를 지난 4일 발표하면서 농협금융의 자본비율이 금융지주사 대비 최저 수준이라고 했다. 그러나 중장기 자본관리계획 등을 고려하지 않고 매년 대주주인 중앙회에 거액의 배당 등을 지급하면서 자체 위기 대응 능력이 약화됐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농협금융의 단순자기자본비율은 6.6%다. 이는 KB금융(8.0%)과 신한금융(7.9%)과 비교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단순자기자본비율은 금융사 보유 자본 중에서 부채성 자본을 제외한 순수 자기자본이 차지하는 비율로 핵심 건전성 지표 중 하나다.

지난해 농협금융은 5대 금융지주 가운데 최하위 실적을 기록했다. 다만 농지비를 제외한 당기순이익은 3조648억원으로 4위 우리금융지주(3조860억원)와 단 212억원 차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농협금융이 금융 당국이나 국제기구에서 정한 자본 건전성 기준치를 턱걸이하는 수준으로 맞추는 경향이 있다”며 “자본 건전성을 기준치보다 여유 있게 관리해 위기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