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챗GPT 달리3

국토교통부가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는 상장 리츠(REITs·부동산 투자회사)의 환헤지(Hedge·위험회피) 비율과 관련해 업계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미국 달러 대비 원화 환율(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환정산금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사가 환헤지 비율을 조정할 방안이 마련되면 상장 리츠 중에서도 환노출형 상품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8일 리츠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상장 리츠의 환헤지 비율과 관련해 협회와 자산운용사 등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는 없지만, 환헤지 비율을 결정할 때 자산운용사의 재량을 늘려주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환헤지란 환율의 변화에 따른 자산 가격의 변동을 대비하기 위해 환헤지 계약 시점의 환율로 고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 상장 리츠가 해외 부동산에 투자할 때 어느 비율까지 환헤지를 해야 한다는 강제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장기 투자 성격의 리츠 특성을 고려해 설립 인가 과정에서 환헤지 비율 100%를 권고하고 있다. 업계에선 사실상 의무로 받아들인다. 미래에셋글로벌리츠 정도를 제외하면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는 상장 리츠의 원금 환헤지 비율이 100%인 이유다.

문제는 원화 가치 하락으로 환율이 급등하면서 불거졌다. 환헤지 계약 만기 때 기준 환율보다 현재 환율이 올라간 만큼 환정산금을 내야 한다. 상장 리츠는 배당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현금을 많이 보유하지 않고 있어, 환정산금을 마련하려면 추가로 돈을 빌리거나 보유 자산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최근 1200억원 규모의 사채를 발행하기로 했다. 조달한 자금 중 800억원으로 앞서 발행한 사채를 상환하고, 나머지 400억원으로 환정산금을 낼 계획이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오는 28일 환헤지 계약 만기가 돌아온다. 2년 전 계약 때 원·달러 환율은 1197.18원이었다. 현재 원·달러 환율은 1440원으로 뛰어 300억원가량의 환정산금이 발생하게 됐다. 만기일 원·달러 환율이 1450원이면 316억원, 1460원이면 329억원을 정산금으로 지급해야 한다.

다른 해외 부동산 투자 상장 리츠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KB스타는 오는 6월이 환헤지 계약 만기다. 계약 당시 유로화 대비 원화 환율(1341원)보다 현재 환율이 1510원까지 올라와 있다. 환율이 만기 때까지 이 수준을 유지하면 400억원 이상의 환정산금을 내야 한다. KB스타는 전날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차입 및 사채발행 계획을 통과시켰다.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 역시 오는 7월, 8월에 환헤지 계약 만기가 차례로 돌아온다. 현재 환율 기준 200억원 이상의 정산금이 필요하다.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는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인 한도 대출(Credit Line·크레디트 라인)을 개설하기로 했다. 한도 400억원에, 연이율 6%를 목표로 잡았다. 만기 때 원·달러 환율에 맞춰 환정산금만큼 크레디트 라인으로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다.

다만 상장 리츠의 환노출이 풀리더라도 기존 리츠가 환헤지 비율을 빠르게 낮추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기존 환헤지 계약을 정리하기 위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환헤지 비율을 낮추는 과정에서 환율이 하락하면 이중 손실 가능성도 부담해야 한다.

리츠업계 관계자는 “환헤지 비율 관련 결론이 어떻게 날지를 지켜봐야겠지만, 기존 상장 리츠는 기존 운용 체계를 당분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며 “대신 신규 상장 리츠 중에 환노출형 상품이 나올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