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2월 10일 9시 11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치매 치료제 개발 기업 아리바이오와 코스닥 상장사인 조명기기 업체 소룩스의 합병이 금융감독원의 문턱을 반년 가까이 넘지 못하고 있다. 기술특례 상장에 여러 차례 실패한 아리바이오가 사실상 소룩스를 이용해 우회상장하는 것인데, 금융당국이 이를 용인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소룩스는 지난 6일 아리바이오와 합병 승인의 건을 주요 의안으로 하는 임시 주주총회 일정을 연기한다는 공시를 냈다. 합병 일정 지연에 따라 주주명부 폐쇄 기준일을 기존 7일에서 28일로 변경한다는 내용이었다. 애초 소룩스는 약 반년 전인 2024년 9월 27일 주총을 개최하려 했으나, 이후 여섯 차례에 걸쳐 일정을 뒤로 미뤘다. 네 번째부터는 아예 바뀐 주총 개최 일시를 명시하지 않고 있다.
이들 기업은 금감원으로부터 4개여월 만에 다섯 차례에 걸쳐 합병 관련 증권신고서 정정 제출 요구를 받았다. 통상 대기업도 한두 차례 정정 요청을 받는다는 점을 감안해도 적지 않은 횟수다. 애초 2024년 안에 합병 완료를 목표로 했던 이들 기업은 보통 한 달 안엔 정정 공시를 내왔다. 그러나 2024년 12월 30일 다섯 번째 정정 요구를 받은 뒤엔 아직 정정신고서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 앞서 2024년 8월 9일 소룩스는 아리바이오를 흡수 합병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바이오 조명 개발 등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감원은 왜 이들 기업의 합병을 유독 깐깐하게 심사할까. 업계에선 과거 소룩스가 아리바이오를 관계회사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우회상장 논란을 짚었다. 2010년부터 도입된 선진화 방안에 따라 우회상장에 해당하면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와 유사한 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 이른바 ‘꼼수’를 썼다는 지적이다. 비상장사가 상장사와의 합병 등을 통해 사실상 상장하는 효과가 있으면 우회상장에 해당한다.
2023년 5월 정재준 아리바이오 대표는 김복덕 당시 소룩스 대표로부터 주식 100만주를 300억원에 사들였다. 이어 3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등에 참여하며 소룩스의 새 최대 주주가 됐다. 그 다음 달인 6월부터 반대로 정 대표는 자신이 보유한 400억원 규모 아리바이오 주식을 잇달아 소룩스에 매각했다. 소룩스는 결국 아리바이오 최대 주주가 됐다. 즉 정 대표는 아리바이오 주식을 활용해 최소한의 자기 자금으로 상장사인 소룩스를 인수하고, 아리바이오를 관계사로 만든 셈이다.
이 과정에서 정 대표는 우회상장에 해당하는 주요 조건 두 가지를 벗어나게 됐다. ▲주요사항보고서(합병 주총 승인 시 제출) 제출일 이전 1년 이내에 비상장사 최대 주주가 상장사 최대 주주로 변경 ▲합병 결과 비상장사 최대 주주가 상장사 최대 주주로 변경 등이다. 아리바이오와 소룩스는 합병 후에도 기존 최대 주주가 그대로라 이 조건에 걸리지 않는다.
또 다른 주요 조건인 ‘비상장사의 자산·자본·매출액 중 두 가지 이상이 상장사보다 큰 경우’도 해결됐다. 소룩스는 최대 주주가 바뀐 이후 대규모 자금조달, 유·무상증자 등을 거치며 자본금과 자산총액을 늘렸다. 이에 소룩스의 자산총계는 인수 1년 만에 1601억원에서 1551억원으로, 자본금은 146억원에서 177억원으로 늘어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들 기업은 우회상장으로 인한 거래소의 면밀한 심사는 피한 상태다. 이들 기업은 “전년도 말 기준으로 소룩스는 이미 자산과 매출액에서 아리바이오와 비교해 우위에 있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우회상장에 해당될 사안은 아니다”면서 “무상증자를 우회상장과 연관 짓는 의견이 있지만 오히려 무상증자는 과거 소룩스가 주가 하락을 거치는 과정에서 주주들의 오랜 요구에 부응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소룩스는 2023년 12월 14배의 무상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2022년 말 8억원대에서 146억원대로 키운 바 있다. 이 덕분에 소룩스의 자본금은 아리바이오의 자본금(약 116억원)을 넘어섰다.
시장에선 계속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기술 특례 상장에 성공한 기업조차 부실화되는 경우가 많은 상황에서 아리바이오가 2018년, 2022년에 이어 2023년 3월 기술특례 상장을 추진했다가 실패한 바 있어서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소룩스가 아리바이오를 흡수 합병하는 구조지만, 합병 후 존속회사의 상호를 아리바이오로 기재한 것만 봐도 주인공은 아리바이오”라면서 “아리바이오 기업가치가 상대적으로 고평가됐다는 점도 우려에 대한 근거로 들 수 있다”고 말했다. 소룩스와 아리바이오 합병비율은 각각 1대 1.85다. 당초 1대 2.50이었으나 증권신고서를 몇차례 정정하는 과정에서 좀 더 낮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