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DB

올해부터 시행된 외국 납부세액 공제 방식 개편으로 투자자가 받는 세제 혜택이 축소될 위기에 처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잠시 중단됐던 운용업계 보수 인하 경쟁의 불씨를 살렸다. 세제 혜택 위축이 해외투자 펀드 수요 감소로 이어질까 봐 우려하던 경쟁사들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형사인 미래에셋마저 치킨게임에 재시동을 걸자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곧장 추가 보수 인하 맞대응에 나섰다.

미래에셋자산운용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전날부터 미국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인 ‘타이거(TIGER) 미국S&P500’과 ‘TIGER 미국나스닥100’의 총보수를 연 0.0068%로 인하했다. 2020년 11월 연 0.3%에서 0.07%로 낮춘 후 약 4년 만에 10분의 1 수준으로 추가 인하한 것이다.

다른 자산운용사들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ETF 사업에서 제대로 돈을 버는 운용사가 아직 많지 않은데, 지난해 삼성자산운용에 이어 올해는 미래에셋이 보수 인하 카드를 들고나와서다. 게다가 이번에는 외국 납부세액 공제 방식 개편으로 논란이 한창인 가운데 나온 보수 인하 발표이다 보니 경쟁사들은 더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앞서 삼성자산운용은 작년 4월 19일 미국 대표 지수를 추종하는 ETF 4종의 총보수를 연 0.05%에서 0.0099%로 낮춘 바 있다.

한 중위권 자산운용사 ETF사업부문 관계자는 “ETF 시장을 이미 장악한 대형사들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치킨게임을 벌이니 암담하다”며 “작년에는 ‘우린 그냥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하자’는 입장이었는데, 이번에는 정책 변화로 절세 계좌를 통한 해외 펀드 투자 수요가 줄어들 우려가 커진 시점이라 (보수 인하 경쟁을) 쫓아가야 하나 고민된다”고 했다.

정부는 문재인 정권 시절이던 2021년 펀드 외국 납부세액 공제 방식 개편을 결정하고, 올해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작년까지는 해외투자 펀드가 현지에서 세금을 떼고 배당금을 받으면 국세청이 이 세금을 펀드에 선(先)환급해 줬다. 올해부터는 세금을 환급해 주지 않고 배당금 지급 단계에서 원천징수하는 게 개편 내용이다. 이 정책 변화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연금계좌 등 절세 계좌에서 해외 펀드에 투자할 때 받는 배당금에 대한 저율과세·과세이연 혜택은 사라지게 됐다.

여기에 이중과세 논란도 불거졌다. 연금계좌에서 투자하면 투자자는 현지에서 원천징수된 분배금을 받게 돼 해외에도 세금을 내고 향후 연금소득세도 내야 한다. 논란이 되자 기획재정부는 연금계좌 이중과세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연금소득세를 환급해 주는 방법 등이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이는 세법 개정과 맞물리는 사안이라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또 연금계좌의 과세이연 효과 희석 문제는 계속 남게 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삼성과 미래에셋을 제외한 나머지 자산운용사들도 보수 인하 치킨게임에 동참할지를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전날 최저 보수 타이틀을 미래에셋에 내준 삼성자산운용은 7일 오전 ‘코덱스(KODEX) 미국S&P500′과 ‘KODEX 미국나스닥100′ ETF 2종의 총보수를 0.0062%로 다시 한번 인하했다. 한 중소형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뱁새가 황새 쫓다가 가랑이 찢어지는 그림이 나올 것 같긴 한데, 뭐라도 해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많다”고 했다.

감독당국은 운용사들의 과도한 출혈경쟁을 걱정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한국 증시 활성화를 위한 열린 토론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단기적으로 과다한, 상대방 조치에 대응하는 형태의 경쟁은 소비자에게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며 “우량한 상품을 만드는 등의 질적 서비스 제고를 간과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