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내 불공정 행위는 날로 교묘하고 복잡해지는데, 금융당국 내 디지털 포렌식 전문가는 3명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내달 대체거래소(ATS) 출범과 공매도(空賣渡) 재개 등이 불공정 조사 수요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당국의 조사 역량 확충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현재 금융위원회에 속한 자본시장 관련 조사 인력은 30여명이다. 이 가운데 불법 입증에 필수적인 디지털 포렌식 장비를 전문가 수준으로 다룰 수 있는 인력은 3명뿐이다. 지난해 임기제 공무원(6급)으로 신규 채용한 포렌식 전문가까지 합한 숫자다.
정부의 자본시장 감시 체계에서 포렌식과 같은 첨단 기술의 역할은 점점 커지고 있다. 불법 수법이 교묘하고 복잡해지고 있어서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최근 5년 동안 적발된 30건을 시세 조종 수법에 따라 분류한 결과를 보면, 가장매매 11건, 상‧하한가 매수 주문 20건, 종가 관여 4건, 허수 주문 16건 등이었다. 또 1개 사안당 사용된 수법의 수를 보면 1개 수법이 10건, 2개 수법이 16건, 3개 수법이 3건이었다. 시세 조종의 60%는 감시망을 피하고자 여러 수법을 조합한다는 의미다.
복수 증권사 계좌나 차명계좌를 이용하거나, 시세 받치기를 통한 가장매매로 제3자 거래를 유인하는 수법도 고도화하고 있다. 증거 인멸도 치밀해지고 있어 적발률 향상을 위해선 포렌식의 도움이 절실하다. 금융위 관계자는 “불공정 행위는 시장 분위기가 좋을 때보다 요즘처럼 어수선할 때 훨씬 많이 나타난다”며 “쏟아지는 조사에 정신없는 상태”라고 했다.
물론 조사를 금융위 홀로 하는 건 아니다. 자본시장 불공정 거래 조사는 일반적으로 혐의 포착 및 심리(한국거래소) → 조사(금융위·금융감독원) → 수사(검찰) 순으로 이뤄진다. 금융위와 비교해 금감원의 조사 인력·장비가 더 많고, 경험도 더 풍부하다. 신속한 조사가 요구되는 사안은 사법권을 가진 금감원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따로 맡는다.
다만 금감원은 조사 권한이 제한적이다. 금감원은 조사 대상자에게 출석을 요구하거나 거래정보·진술서 등을 제출하라고 요구할 수 있을 뿐이다. 임의조사이다 보니 조사 대상이 제출을 거부하면 강제권을 동원할 수 없다. 특사경은 권한은 많지만 수사팀 3개 규모라 쏟아지는 조사 이슈를 모두 소화할 수 없다.
이렇다 보니 정부 안팎에선 금융위 자체 조사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에 권한을 더 위임하거나 특사경 규모를 확 늘릴 수 없다면 금융위의 조사 역량이라도 키워야 밀려드는 불공정 행위 조사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시장에선 3월부터 국내 첫 ATS인 넥스트레이드가 출범하고 공매도가 재개되면 불공정 조사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말이 나온다. ATS 도입으로 국내 주식 거래는 거래소(KRX)와 넥스트레이트 복수 시장에서 이뤄지게 된다. 투자자는 수수료·속도 등을 비교한 뒤 거래시장을 직접 선택할 수 있다. 거래 시간도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ATS 기준)로 늘어난다.
일각에선 금융위에 포렌식 인력과 장비를 늘려도 조사에는 한계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위가 검찰이나 특사경처럼 통신조회 권한을 갖고 있지 않아서다. 현 구조에서는 시세 조종 관련 주식 거래에 관한 포렌식만 할 수 있다. 조사 대상자가 다른 이와 나눈 대화는 확인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궁극적으로 불공정 거래 조사 체계를 효율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황현영 자본연 연구위원은 “단순한 협업이나 정보 공유를 넘어 조사기관·의결기관의 중복 문제를 해결해 기관 간 명확한 역할 구분을 두는 것이 중요하다”며 “통신조회권·강제조사권 등 조사 권한을 강화해 신속하고 효율적인 조사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